'마을 만들기' 사업이 전국적으로 '핫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 만들기는 농촌이건 도시건 소규모 단위의 마을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 특색에 따라 경제활동, 문화활동, 환경개선활동 등을 함께 만들어가고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마을기업'과 마을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마을 만들기 범주에 드는 대표적 사례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민간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관의 적절한 지원이 수반될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볼품없는 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리거나 주민들이 조그만 텃밭을 운영하는데, 그것을 통해 행복을 찾는다면 마을 만들기 사업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서울시, 전라북도, 경기도, 광주광역시, 제주도 등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강원도는 마을 만들기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를 운영 중인 강릉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정도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퍼지기 시작했고, 전라북도가 2009년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 연수에 참가해 살펴본 마을 만들기 사업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접목 가능한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농촌형 마을 만들기 사업의 메카인 전북 완주와 진안군 사례, 도심형인 광주시 사례를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 북구 문화동, 문흥동, 오차동, 용봉동으로 연결되는 '천지인 문화 소통길'.

광주광역시 마을만들기 과거와 현재

인구 150만의 광주광역시는 광산구, 동구, 서구, 남구, 북구 등 5개구로 이뤄진 대도시다. 단순히 인구만 놓고 따져본다면 32만 원주시의 5배에 달하는 인구가 밀집돼 있다. 면적은 원주시가 870여㎢, 광주 500㎢로 원주시가 훨씬 넓은데 그만큼 인구밀도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원주도 구도심 공동화로 몸살을 앓는 곳이 꽤 있지만, 광주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십년간 이뤄진 도시확장과 인구유입, 단기간 이뤄진 경제성장 이면에 도심 공동화 현상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난, 교통난, 환경난 등의 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은 마을 만들기였다. 광주는 마을 만들기 운동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 정부 출범과 더불어 1999년부터 '읍면동 기능전환'이 추진되면서 주민의 문화·복지 및 자치기능을 향상시키고자 읍면동사무소에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광주 서구는 1999년 7월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마을 만들기의 태동기를 만들었다. 이후 광주 북구는 마을 만들기 전담팀을 구성함과 더불어 마을 만들기 조례에 근거해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북구 마을 만들기 시작과 더불어 광주YMCA는 시민사회단체로서 2000년 '좋은 동네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2006년엔 민·관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 기구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네트워크'를 창립하기에 이르렀으며, 2009년부터는 '푸른광주21협의회'가 생태·문화마을프로젝트 일환으로 내집 앞 마을가꾸기를 추진해 마을 만들기의 구체적 모델을 구상하기도 했다.

2010년엔 '광주시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지원조례'를 제정해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시민참여 기본조례'를 근거로 주민자치박람회, 민관합동 워크숍 등 시민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해 민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 도심 속 빈 공간에는 조형물을 설치해 오가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광주 마을 만들기는 도시재생 롤모델

광주에서 진행 중인 마을 만들기 사업은 도시재생에 역점을 뒀다. 광주는 2004년 마을공동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도시재생사업인 내집 앞 마을가꾸기(2009년~), 경관취약지구개선(2009년~), 행복한 창조마을 만들기(2011년~) 등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거지역 환경개선, 문화, 복지, 일자리 등이 어우러진 통합적 재생사업을 지향하는 행복한 창조마을 만들기가 가장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2011년부터 매년 구별 동 단위 1개소씩 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며, 마을의 다양성과 정체성, 잠재력을 깨우고 지역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해가는 지역관리체제를 제도화 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구별 문화를 담은 문패 달기, 마을 공연장 운영, 작은도서관 및 공부방 설립, 마을텃밭 운영, 마을축제 개최, 경관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5개동이 선정됐고, 올해 7개동을 확대·선정해 사업을 추진중이다.

 

▲ 시화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문패.

시화문화마을…주거공간과 문화예술이 함께 호흡

광주시 북구 문화동(각화동, 문흥동 일부) '시화문화마을'은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 제2순환도로가 인접한 교통 요충지이지만 구도심으로 전락해 공동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곳. 현재도 영구임대아파트 5개동에 기초생활수급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아파트보다도 일반주택들이 골목골목 밀집된 경향이 크다.

그런데 이 시화마을은 주거공간과 접목시킨 '골목미술'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을 이름에 걸맞게 골목길 담장엔 시화가 걸려있고, 벽화와 조형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더불어 완충녹지 등을 중심으로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산책로와 소공원이 도시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키고 있었다. 2008년 주민자치 박람회 종합대상, 2009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대상에 빛나는 우수마을이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시화마을은 단계별로 차근차근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실시해 구도심 공동화 문제를 풀어나갔다. 2000년 삭막한 화물터미널 주변에 공원을 가꾸고 조경수를 식재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 시발점이 됐다.

2002년부터 '시화가 있는 문화마을'을 목적으로 골목길 담장에 주민들의 애송시가 부착되기 시작했다. 서예, 조형물 등 지역예술인들이 동참해 거리를 예술로 채워 활기를 더했다. 또한 주민들이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문패를 직접 만든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마을은 점차 주민들의 참여와 아이디어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06년 국토교통부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공모에 선정된 이후 시화마을의 기존 사업들과 더불어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곳곳의 담벼락엔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골목갤러리가 조성됐고, 주민참여하에 벽화도 그렸다.

쓰레기를 상습적으로 버리는 곳에는 벽돌을 쌓아 가로화단을 만들었다. 아파트 주민과 건설업체의 동의를 얻어 세계 최초로 도로와 아파트 사이 방음벽을 철거하고 조경수와 소공원이 어우러진 생태문화적 산책로를 조성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 주민들의 애송시가 담긴 시화, 벽화, 가로분리대 등 다양한 테마로 골목을 정비했다.

또한 주민들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개인 사유지를 해당구청이 매입하도록 요청했고, 구청에선 의견을 충분히 반영함으로서 유휴공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산책로와 소공원은 북구의 문화동~문흥동~오차동~용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이른바 '천지인 문화소통길'로 거듭나 시민의 삶터이자 휴식터로 각광받고 있다.

이후 이러한 활동들은 시화환경예술제로 승화돼 눈길을 끈다. 시화마을은 2010년부터 매년 시화환경예술제를 열어 골목미술관 프로젝트를 비롯해 환경예술제, 아트마켓, 환경캠프, 포럼 등을 운영해 주민화합을 다지면서 지속적으로 마을에 문화와 예술을 채우고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재길 시화문화마을조형연구소장은 "주민들이 보여준 높은 수준의 문화의식과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유지해나가려는 노력이 지금의 시화문화마을로 거듭나게 했다"며 "지난 10년간 지역 발전과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힘을 써주신 주민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의 노력들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pparong21@wonjutoday.co.kr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