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전국적 명성 얻은 정선 송계월 할머니 ‘콧등치기 국수’


보따리를 맨 상인들이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오가던 시절. 하루에 몇 번 오갔을 뗏목을 놓치지 않으려 얼마나 서둘렀는지 ‘후루룩’ 면이 코를 친다 해서 붙여진 이름, ‘콧등치기 국수’. 꼴뚜국수, 누룽국 등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정선서 올해 15년째 이 국수를 말아 파는 송계월(60) 할머니가 ‘콧등치기’로 천하통일해 버렸다. 송 할머니는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이제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널리 알려진 정선 ‘동광식당’ 주인이다.


송 할머니의 둘째 딸 홍미정씨가 그 맛 그대로 원주에 동광식당 직영점을 냈다. 말이 직영점이지 정선 본점과 다를 바가 없다. 가게 낼 요량으로 평생 바친 비법을 달랑 몇 개월 전수 받아 연 게 아니라 정선서 시작할 때부터 엄마와 함께, 엄마 대신 주방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상경해 미용기술을 익힌 꿈 많은 아가씨가 시골 식당 부엌에서 매일 면이나 삶고, 돼지다리나 고려니 얼마나 괴로웠으랴. “이제는, 이제는” 하며 떠나려다가는 힘든 엄마 곁에서 “이번 한번만” 하며 주저앉기를 수 차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킨 주방이니 정선 맛이 이 맛이라고 해도 한치도 틀린 말이 아닐 듯.


콧등치기 국수(4천원)는 멸치 국물에 된장, 우거지, 감자, 호박, 배추를 함께 끓인 뜨듯한 된장국에 굵은 면발을 말아 먹는 ‘메밀장칼국수’다. 메밀 면발은 이를 갖다 대기만 해도 뚝뚝 끊어질 것 같으면서도 어찌나 파들파들한지 급하게 먹다가 콧등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면발이 굵어서 잔 모래 씹는 것같이 지금거리는 메밀 특유의 씹는 맛도 느낄 수 있다. 또 순 정선표 메주로 담가 3년 묵은 된장으로 끓인 국물은 잔 맛 없이 수수하고 시원하다. 고추장을 약간 풀고 들깨가루를 얹어 매콤한 맛이 있다.


콧등치기 한 그릇에 물김치, 무생채 나물, 겉절이 등 대여섯 가지 반찬이 나온다. 꼭 열무김치처럼 생긴 갓김치는 송 할머니가 보내주는 절인 갓으로 무친다고 한다. 다음 달부터는 새콤달콤한 냉국에 이 갓김치와 호박 꾸미를 얹어 시골간장으로 간한 냉콧등치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콧등치기와 함께 하는 족발(1만 5천원, 1만 8천원)은 황기를 비롯해 칡, 생강, 가시오가피 등의 약재를 넣은 물에 삶은 황기족발이다. 돼지 발만을 사용하는 여느 집들과 달리 돼지의 넓적다리 부분까지 삶는다.


또 삶은 고기는 들기를 쓱쓱 바른 후 손으로 쪽쪽 찢어 수북이 쌓아 나온다. 양도 푸짐하고 무엇보다 따뜻한 채로 나와 한층 부드럽다.
인심도 후해 콧등치기만 먹어도 족발을 한 접시 내준다. 황기는 부친이 정선서 농사지은 것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좋다는 길이 60cm 정도 되는 6년 산 생황기다.


후식으로 황기 수정과가 나온다. 소방서 옆. 문의:766-8825
김보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