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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스튜디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다

'중앙시장, 그 오래된 골목 어귀에서' 한미희 기자l승인20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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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안무가 하세가와 씨의 퍼포먼스를 중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5시. 40년 넘은 세월을 버텨 온 중앙시장으로 '예술'이 파고들었다. 오픈스튜디오 '중앙시장, 그 오래된 골목 어귀에서'는 4명의 예술가, 상인과 손님, 그리고 관객이 그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낸 공연이었다.

공연은 예술가의 안내를 받아 중앙시장 1층을 여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관객들이 '안내자'인 타마라 에흘데(연출가, 필름메이커/프랑스) 씨를 따라 중앙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예술가들이 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만두골목에선 이윤신 솔가(싱어송라이터/한국) 씨가 주인 할머니 옆에서 함께 만두를 빚으며 노래를 부른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시장풍경과 상인들의 삶이 담긴 가사를 듣고 웃는 사람들, 박수치는 사람들 등 반응이 다양하다. 개의치 않고 만둣국을 퍼 담는 주인, 갑작스럽게 관객에게 둘러싸여 민망해도 즐거워하는 손님, 가게 문 밖으로 나와 이 상황을 즐겁게 바라보는 상인들. 낯설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온 예술이 상인들은 즐겁다는 반응이다. 모처럼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어두운 골목 짐자전거 위에 누워 등장한 김유진(배우/한국) 씨는 신체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 site-specific(특정공간형) 공연으로 자신이 해석한 중앙시장을 표현했다. 찻집 상인이 동료 배우가 돼 관객에게 차를 나눠주고, 지나가던 손님이 잃어버린 그의 가방을 함께 찾아주며 극에 참여한다. 모두 즉흥이다. 소파에 널브러져 책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던 네이 하세가와(무용수, 안무가/일본) 씨가 벌떡 일어나 서툰 한국말로 화장실이 어딘지 묻자 지나가던 손님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예술가와 관객 사이를 가로질러 다니는 사람들까지도 공연의 일부가 됐다.

중앙시장 2층에서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공간에서 '홀로여행'을 테마로 관객들이 골목골목을 둘러본 뒤 4명의 예술가가 서서히 모여들어 무대 공연이 펼쳐졌고, 마지막은 1, 2층 배우들과 상인들이 트로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장 전체가 웃음소리와 박수소리로 들썩 거렸으며, 앵콜을 외치는 사람들로 음악이 다시 이어졌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4명의 국내외 예술가는 극단 노뜰(대표: 원영오)이 운영하는 후용공연예술센터 아티스트-인-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거주예술가들이다. 중앙시장을 연구공간으로 정한 9월 말부터 후용리와 중앙시장을 매일 오가며 창작하고 오래된 시장 공간과 그곳의 상인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낡고 허름한 중앙시장 공간이 예술가들로 인해 재조명됐으며, 이날 공연을 통해 상인과 그곳을 찾은 사람들 역시 일상적이던 곳에서 새로운 감흥을 얻었다고 말했다. 시장 활성화를 입으로만 말하는 요즘, 이날 공연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정을 나누는 시장의 활력을 문화라는 통로로 열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한 시도였다.

백경숙 극단 노뜰 코디네이터는 "중앙시장은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을 만큼 시간과 삶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며 "시장 상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도 많은 예술인들이 시장으로 오는 일들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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