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무( '79 현대문학으로 등단)

빈 손이다
바른 쪽 주머니나
왼 쪽 주머니를 채운 것은
허술하게 쥔 빈 주먹뿐이다

푹 숙이고 가는가

뚜벅뚜벅 가을이 가는
소리, 가만히 돌아보니
내 발자국들이 돌아오는 소리다

얼핏 걸음을 멈춘다

너무도 아름다운 빛깔인
갈색의 그리움 하나
낙엽을 줍는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 감 상
가을은 세포도 영혼도 유리알처럼 투명해 진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는 가을, 그래서 가을은 좋다.
그런 가을 들판을 빈 손으로 걷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환히 보인다.
그리운, 누군가에게 줄 낙엽 하나도 무거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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