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영아파트 경로당, 요가·우리춤·웃음치료 등 수시진행
학성동 서부경로당, 프로그램은 커녕 운영비 조차 부족

지난 14일 행구동 건영아파트 경로당에서 노인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월례회가 열렸다. 60대부터 최고령 95세 노인까지 모두들 적극적이고 활기차다. 회의 내용은 재정보고다. '2011년 7월 월례 회의록'에는 회비 및 시 보조금, 지출 현황 등 10원 단위까지 기록돼 있다.

눈에 띄는 목록은 '화투놀이 수입금'. 몇몇 노인이 경로당에서 십원 짜리 화투를 치면서 발생하는 전액을 경로당 특별기금으로 사용한다. 초복을 맞아 준비한 삼계탕도 화투 수입금으로 마련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요가교실(주 3회),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이 지원하는 우리춤(주 2회), 웃음치료(격주 1회) 외에도 수지침과 원주시보건소 건강검진이 수시로 진행된다.

해마다 봄·가을로 국회의사당, 독립기념관, 강릉 오죽헌 등으로 선진지 견학 및 문화탐방을 가는데, 나이가 많은 회원을 우선 참가하도록 해 지난번에는 90세 이상 노인 3명이 참가했다.

이한성(72) 회장은 "회원들이 적극적이고 서로 배려하기 때문에 경로당 운영이 잘 된다"며  "장부를 공개해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봉산동 화시래 경로당에도 어르신 30여명이 노래교실에 참석했다.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이미자 강사는 올해로 5년째 화시래 경로당에서 노래강의를 하고 있다. 이 강사는 "이렇게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데 이곳 어르신들이 열성적으로 즐겁게 참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김순철(70) 회장과 김범수(70) 총무가 주축이 돼 지난 2005년 노인회를 결성했다. 경로당은 기존 새마을회관 건물을 보수했으며, 얼마 전 원주시 지원으로 정자를 세웠다. 경로당 옆 650평 논은 회원 50여명이 농사를 짓고 있다.

수확한 쌀로 경로당에서 밥을 해먹고, 판매 수익으로 경로당을 운영한다. 2009년 모범 경로당으로 선정됐으며, 노래와 춤 실력도 뛰어나다. 2007년 대한노인회 전국 에어로빅 대회에 원주대표로 출전해 3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 예술제에서는 합창단으로 참가했다. 

현재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 지원 노래교실(주 1회), 장수춤(주 2회), 대한노인회 원주지회 지원 노인건강운동(주 2회), 원주시생활체육회 지원 건강체조(월 1회) 등이 진행된다.

김 총무는 "공동 작업에 모두들 열심히 참여한다"며 "활기차게 지내는 것이 중요한데, 프로그램 운영팀이 와주셔서 노인들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되고 친목도 깊어졌다"고 말한다.

학성동 서부경로당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일반 주택을 활용한 경로당에 노인 10여명이 모였는데 두 방으로 나뉘어 앉아 화투를 하고 있다. 노래 및 운동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장비나 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노인회 회원은 30여명. 평소에는 10명이 채 모이지 않는 날도 있으며, 모여도 할 수 있는 것은 화투 뿐이다. 회원들 연령은 대부분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이다. 최태열(78) 사무국장은 "누가 나서서 이끌만한 노인이 없다보니 별다른 놀거리가 없어 화투를 한다"고 말한다.

최 사무국장의 부인이 경로당 청소와 가끔 식사를 맡아 한다. 초복이라고 다른 경로당에서는 삼계탕을 먹는데, 서부경로당 노인들은 돼지고기를 볶아먹었다. 경로당 운영비가 얼마 없어 한 달에 몇 번 안 되는 식사 마련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음료수나 커피도 사다놓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은 "관심이나 지원을 잘 받는 경로당이 있다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서부경로당에는 운영 프로그램이 한 강좌도 없다.

관내에는 380여개의 경로당이 있으며, 서부경로당처럼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 많다. 경로당 난방비 및 운영보조금 등 시설·관리 비용 지원이 확대되고 기관의 참여도도 높아졌으나 운영이 안정적인 곳으로만 지원이 치우쳐 경로당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원주시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