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에 얽힌 문화유적

김제갑 목사


성이 함락되기 20일 전에 아들 시헌(時獻)에게 부친 글에 말하기를 내가 지금 다시 무엇을 하겠나. 다만 한 절개를 잃지 않기를 기약할 뿐이라 하더니 이때에 이르러 그 말씀과 같았다.

처음 영원성을 지킬 적에 이판서 기가 호소사(號召使)로서 원주의 서쪽지경에 있으면서 공에게 보낸 글에 말하기를 좧비록 땅을 지키면서 죽기로써 직분을 다 하고자 하나 성은 외롭고 일은 급한데 어찌 하겠는가. 모름지기 어디로 와서 기로 더불어 함께 일하고 여주와 여주의 지경에서 형세를 보아서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이 옳다좩고 하거늘 공이 답서에 대의를 개진하여 반드시 죽더라도 두 마음이 없음을 보이니 이공이 사람에게 말하기를 좧이 사람의 충성심과 분개심이 이와 같으니 어찌 남이 옮기어 바꿀 것인가. 애석하다 그는 죽을 것이다좩하고 탄식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였다.


한서평 (韓西平) 준겸(浚謙)이 본 고을에 목사로 와서 관찰사에게 아뢰기를 좧가만히 생각컨대 변란이 일어난 뒤로 한사람도 땅을 지킨 자가 없었으나 오직 전 목사 기공이 죽음으로써 성을 지키다가 온 집안이 해를 입었으나 그 뜻을 옮기지 않았으므로 조정에서 그 충절을 가상히 여겨서 이미 정경의 벼슬을 증직하였으나 장사지낼 즈음에도 마땅히 우대하는 은전이 있어야 함으로 조정에 아뢰기를 청한다좩고 하였다.


아! 아! 공의 스스로 지킴이 확실한 것은 아들에게 붙인 글에서 볼 수 있고 공이 남에게 신뢰를 받는 것은 이공의 말씀에서 알 수 있고 공의 절의가 높은 것은 서평의 보고에서 증험할 수 있다.


한 성 안에서 하루 사이에 아버지는 충성으로 죽고 아들은 효도로 죽고 부인은 절개로써 죽었으니 이것은 앙발부부의 쌍절가 변곤부자의 함께 죽은 것을 겸했다고 말할수가 있다. (※조앙발은 송나라 사람으로 원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 쳐들어 올 때 지주의 통관으로 있었는데 형세가 이미 만회할 수 없음을 알고 부인 옹씨에게 말하기를 나는 지키는 신하로 도망갈 수 없으니 부인은 먼저 달아나가라고 하니 옹씨가 말하기를 당신은 나라에 관원이고 나는 관원의 아내라 당신은 충신이 되는데 나는 어찌 충신의 부인이 될 수 없겠소, 하니 앙발은 드디어 옹씨를 더불어 새옷을 갈아 입고 함께 목을 매어 조용히 마루에서 죽었는데 원나라 장수 백안이 널과 이불을 갖추어 합장을 하고 무덤에 제사를 지내고 갔다.


변곤은 진나라 사람으로 반란이 일어났을 때 군사를 이끌고 방어하다가 두 아들과 함께 죽었는데 어머니가 시체를 어루만져 말하기를 아비는 충신이고 아들은 효자다 무엇을 한판 할까하였다는 고사이다.


목숨을 버릴지언정 뜻을 굽히지 아니하여 만세에 삼감의 표준이 되었으니 아마 이른바 큰 절개에 임해서 빼앗을 수 없는 자가 아닌가. 아마 이른바 아내에게 모범이 되어 집을 다스리는 자가 아닌가 사람들이 영광스러운 이름을 본뜸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만력무신(1608)에 옛 상국(相國) 모든 사람들이 동네 거리에 정표를 하도록 건의하여 지금 그 마을에 충신 효자 열녀의 문이 있고 원주사람이 또 위하여 사당을 세워서 제사를 지내니 지금 조정에서 액호를 내리기를 충렬사라 하고 예관을 보내어 제사를 지냈다.


공의 휘는 제갑이요. 자는 순초(巡哨)며 성은 김씨요, 안동사람이다. 사람됨이 훤칠하고 큰 절개가 있으며 간략하고 묵중하며 독서를 좋아하며 스스로 호를 의제라 하였다.

문과에 올라 높은 자리를 두루 거쳐 세번이나 두 도(道)에 관찰사(도지사)가 되었는데 그 원주 목사때에는 스스로 외직을 구한 것이었다. 참판 시헌은 공의 맏아들로 후사가 없고 이때 영월군수 상중은 시백의 손자로 차적손이다.

<693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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