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대표 시민극장의 '꿈속에서라도'.

　제29회 전국연극제 본선 무대에 오르는 경연작품은 모두 각 시도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시도 예선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미 작품성과 연기력을 모두 검증 받았기 때문이다. 정극, 코메디, 역사극, 창작극 등 소재와 장르는 다르지만 현 시대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3주간에 걸쳐 진행된 본선경연작 소개의 마지막 순서로 원주의 6월을 감동과 열정으로 채울 남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어릴 때 할머니 무릎 위에서 듣던 '바리데기 신화'를 연극무대로 옮겼다. 길대부인의 미모에 반해 점쟁이의 말을 무시하고 결혼식을 올린 불라국 오구왕은 내리 여섯을 딸만 낳게되고 정치적 혼란과 자연재해로 인해 시련에 빠진다. 일곱번째도 공주가 태어나자 화가 난 왕은 아기를 궤짝에 넣어 서해용왕에게 진상해 버리는데…. 고대의 지혜인 신화 속에는 용기를 복돋아 주는 고귀한 힘이 있다. 바리데기가 혼돈의 난세 속에서 자신을 위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가람 작, 이훈호 연출.
　
　시민극장 '꿈속에서라도'…17일, 백운아트홀

포악한 왕의 유혹과 탄압에도 부부의 의를 지킨 도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도미설화'를 연극으로 되살렸다.

　극은 몽유도원도 반환을 위해 일본을 찾는 노 교수와 동준이 일본 천리 대학 관장인 마사코를 만나 조선총독부 폐장 기념으로 몽유도원도 한국 전시를 제의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몽유도원도의 전시에 노력을 기울인 동준은 전시회장에서 기득권층의 위선적인 모습에 그림 속에 전설로만 기억돼 있는 도미와 아랑의 사랑이야기를 추억하는데…. 고전에 기대지 않는 나름의 시각으로 극을 끌어가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장경민 작·연출. 

▲ 극단 가람 '나무자동차'

　아무런 대가없이 자식들에게 내리사랑을 쏟는 부모를 중심으로 진정한 가족애를 다뤘다. 평생 가족을 위해 정비공으로 일한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으로 실어증에 걸렸다. 어느날 늘 말썽만 피우는 미성년자 손자녀석이 화물차를 훔쳐 사고를 낸 뒤 뺑소니까지 친다. 아들 부부는 '어린 자식을 전과자로 만들 수 없다'며 사건을 조작하려 들고 "이 모든 게 아버지 과거 때문에 받는 고통"이라며 도리어 죄를 아버지에게 넘기려 하는데….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와 아들 내외의 빗나간 사랑을 통해 사랑의 종류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일러준다. 마미성 작, 이광후 연출.
　

　전선 위에 어지럽게 널려진 전깃줄 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혀 처절한 삶을 이어가는 도시인들에게 사랑을 통해 한번쯤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똑같은 일상이 오고 가는 요양소 벤치에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경수 사이로, 봉길과 광팔이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다. 밤이 되면 달빛만이 고요한 요양소 하늘에는 전선 위에 달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일이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경란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누구라도 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른한 일상이 지겨웠던 미란이 경란을 찾아오는데…. 김행임 작, 전명수 연출.
　

　두려운 과거를 지닌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다. 친누나를 사랑한 중민은 누나의 아들인 선학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 살고 있다. 어느날 선학의 친동생 유리가 친구이자 여행을 직업으로 가진 진아와 함께 찾아온다. 누나를 사랑한 외삼촌 중민은 그 사랑 때문에 유리의 엄마와 아빠가 참혹하게 죽었다는 걸 안다. 엄마를 닮은 유리를 보며 중민의 사랑은 크게 흔들리는데…. 김윤희 작·연출.  ▷문의: 765-1129(전국연극제 사무국)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