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져야 세월이 앉지, 97×130㎝, Oil on canvas.

　중견 서양화가 한범구 씨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치악예술관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연다. 지난 2009년에 이어 2년만에 준비한 자신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생활하다 지난 95년부터 원주에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한 작가는 일체의 외부활동을 절제하고 작품활동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인지 그의 명륜동 작업실에는 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 외에 불필요한 장식이 없다. 그 흔한 전화조차 놓지 않는다. 어쩌면 그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그가 지향하는 삶을 위한 수행의 방편일지도 모른다.

　노장사상의 무위자연론을 기반으로 하는 한 작가의 작품은 화폭가득 무수히 많은 꽃잎을 그려넣은 독특한 질감의 추상화로 대표된다. 꽃잎에 집착하는 이유를 "꽃잎은 떨어질 때 자리를 다투지 않고 유세도 부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그림속에 작위적 조형이나 탐욕을 극도로 절제한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삶과 분수를 지키려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작품 앞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작은 소품부터 50~150호 크기 대작까지 60여점을 전시한다. 오프닝 행사는 20일 오후5시. ▷문의: 763-8647(한범구)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