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풍성하다. 지역 내 전시장과 갤러리마다 독특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평소 마음에 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멀리 갈 필요없이 가까운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실속있는 가을여행이 될 수 있다.

▲ 김병호 작, 초월과 포월, 80×80×3㎝, 납압착기법, 2010.

　김병호 강원미협 회장 '초월과 포월 사이'
　
　흥업 아코자갤러리에서는 지난 1일부터 김병호 강원미협 회장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김 회장이 원주에서 단독 개인전을 갖는 것은 '사도행전 29장, CORAM DEO'란 타이틀로 지난 2003년 치악예술관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이어 7년만이다.
 

　'Multiple-Combine Art-김병호 전(展)'이란 타이틀로 오는 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초월(超越)과 포월(抱越) 사이(間)'. '초월과 포월'이란 주제로 꾸준히 납을 소재로한 연작을 발표해 온 김 회장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김 회장이 표현하는 '초월과 포월'은 인간 삶의 속성에 대한 예술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김 회장은 "인생은 경우에 따라서 현실을 '초월'하고 싶어하는 초현실적 갈망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함께 살을 부벼가며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포월'의 삶이 있다"며 "이러한 인간의 삶의 의미를 예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문의: 766-7999(아코자갤러리)
　

▲ 정영진 작, 기타리스트, 아크릴칼라, 종이.

　자폐우들이 표현하는 영혼의 그림
　
　인동아트갤러리에서는 지난 6일부터 '빛나는 작은별들 전(展)'이란 이름의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와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숲', 표현력이 돋보이는 '기타리스트', 화면을 과감하게 분할한 '바람' 등 내걸린 작품마다 일반적인 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작품 곳곳의 얼룩과 투박한 붓 터치는 결코 '예쁘게 잘 그린 그림'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상적이면서 독특하다.
 

　전시회의 주인공인 김현, 정영진, 표거연 등 세명의 작가는 미술치료를 받아 온 지적·발달성(자폐)장애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지적·발달성장애인의 미술치료 효과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이들의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콜렉터가 있을 정도로 미술시장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지명도 높은 작가의 작품은 뉴욕, 파리 등 세계 곳곳의 갤러리에 전시되고 고가에 거래된다. 이번 전시회는 지역에서도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자는 기획아래 준비됐다.
 

　전시회를 주최한 김진열 민예총 원주지부장은 "미술에 잠재적인 능력을 가진 자폐우들의 작품발표장이기 앞서 서구처럼 이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희망을 찾는 자리"라고 말했다.
 

　조금만 주의깊게 들여다 보면 이들의 그림에는 자유로움과 힘이 느껴진다.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끌어내는 독특함은 물론 개성적인 화면구성, 탁월한 공간과 색채에 대한 감각은 놀라울 정도다. 오는 12일까지 인동아트갤러리를 찾으면 이들이 그리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10-4158-0875
　

▲ 김충식 작, 봄을 보다, 170×140㎝.

　김충식 화백 개인전 '아름다운 동행'
　
　수묵한국화 작가 양성에 힘써 온 중진 한국화가 김충식 화백의 37회 개인전 '아름다운 동행'이 원주중심회(회장: 채경주)의 초대로 오는 12일부터 치악예술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오는 1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부드러움과 포용의 이미지를 설경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표현한 작품들을 만난 수 있다. 김 화백은 여백의 조형언어를 현대적 화법으로 구사하며 시공을 초월하는 상상력을 이끌어 내 설경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 화백의 제자들이 결성한 순수 미술동호회 '중심회' 회원들의 작품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먹의 농담을 살려 사실적으로 표현한 낯익은 농어촌의 풍경들이 정감있다.
 

　오프닝 행사는 13일 오후2시. 전시기간 시민과 함께하는 쉽고 재미있는 한국화 체험 활동이 동시에 진행된다. ▷문의: 010-9191-9148
　 김민호 기자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