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간섭하는 것으로 여겨선 안돼

경기도 안산시는 지난 2005년 안산시의회가 주민참여기본조례를 제정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됐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주민참여예산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대표적 사례로 안산시가 꼽히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곳은 광주광역시 북구이다. 2003년 구청장 지시로 시작된 이래 예산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예산설명회를 통한 주민의견 수렴, 조례 제정, 찾아가는 예산설명회 등을 통해 꾸준히 교육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진행돼 전국 최고로 손꼽히게 됐다.

지난달 31일 원주시의회 주최로 열린 '주민참여 예산제 활성화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곽채기 동국대 교수는 안산시와 광주 북구를 예로 들며 "주민참여예산제 성패는 공무원들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안산시 경우에는 시의회가 주도했으나 공무원들이 심드렁하게 반응하며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반면 광주 북구는 구청장 지시에 따라 공무원들이 적극 임하며 극과 극의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

곽채기 교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잘 활용하면 공무원들은 탁상공론 지적을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편성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 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채기 교수는 "공무원을 움직이는 단체장 의지와 시민단체 역량, 의회와의 공조 등이 잘 어우러져야만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시의원 권한침해 아니다
원주시는 내년 본예산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적용할 계획으로, 현재 관련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90여곳에 이르지만 제대로 이행하는 지자체는 10곳 내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원주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80곳에 포함돼서는 안될 일.

원주시의 경우 출발조건은 양호한 편이다. 단체장 의지와 관련해 원창묵 시장은 주민참여예산제를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의지는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의 효시가 원주시민연대 전신인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라는 점에서 시민단체 역량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는 지난 1997년부터 원주시 예산분석을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예산감시네트워크가 조직돼 주민참여예산제로 진화했던 것. 

또한 원주시의회 발의로 작년 10월 원주시주민참여기본조례가 제정됐기 때문에 원주시는 외양적 조건은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자로 나선 상지대 박기관 교수는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것을 시정에 관한 간섭으로 공무원들이 인식한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박기관 교수는 "이익단체나 관변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예산편성 수렴창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주시의회 용정순 행정복지위원장은 "조례에 의거해 구성될 예산참여주민위원회에 대해 시의원들이 권한침해 내지는 차기선거를 의식해 잠재적 경쟁자로 여길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주시 박성용 기획감사담당관은 "예산 배분과정에서의 갈등 등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원주는 타 지역에 비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활발한 만큼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