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백성의 설움은 다 마찬가지요. 이리 다니다가 밤이슬 맞으며 돌베개하고 잠자는 것두 한두 번이 아니며 차마 말로는 다 못할 고초가 있었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낙으로 삼는 마음가짐 아니고서는 하루인들 어디 부지하겠소? 오로지 나라 찾을 일심으로, 그게 또 보람 아니겠소? 우린 배부른 돼지는 될 수 없으니 말이요."
　"그, 그러니께 선상님께서는 독립운동,"
　"독립운동이랄 것도 없고 내 마음이 그렇다는 얘기요."
　"암요, 배부른 돼지는 될 수 없지요, 사람인디."　<토지 2부 3권 4편, '용정촌과 서울', 246쪽, 나남출판>

　주갑이 자신의 복통을 고쳐준 강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강의원은 사이토 총독에게 폭탄을 던진 65살의 실존인물 강우규이다. 그는 사건직후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처형되기직전 유언을 남겼다.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없음이 부끄럽다. 내가 자나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는 남녀노소가 없었고 남의 나라에서 밤이슬 맞으며 돌베개 잠을 자며 애쓰다 이름 없이 죽어간 독립운동가들이 많았다. 그들은 독립운동을 낙으로 삼고 보람으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