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추위가 매섭다고 하는 요즘이지만 이 곳에 들어서면 온기로 훈훈하다. 물론 난방을 위해 난로를 피운 덕분이기도 한데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맞아주는 두 부부의 표정 때문에 더 그렇다. 편안한 마음으로 구수한 빈대떡에 막걸리 한 대접 들이키고 싶다면 '녹두장군(대표: 황일봉)'이 그만이다.

두툼한 무쇠철판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녹두 빈대떡에 한 번 맛이 들면 저절로 발걸음이 가는 곳, 녹두장군은 개운동 물레방아거리 복개천에 있다. 단관택지가 들어서면서 음식점들이 하나 둘 옮겨갔지만 녹두장군은 위풍당당 이름값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변상권이 침체됐는데도 유독 녹두장군만은 손님으로 북적댄다.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찾고 있기 때문.

황 대표와 아내 유지화 씨 얼굴을 보면 장사꾼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황 대표는 음식점을 하기 전에도 친구나 이웃들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낚시를 다녀 오면 어김없이 황 대표의 요리솜씨가 발휘되고 어떤 재료든 황 대표 손을 거치면 맛깔스런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타고난 요리사로 통한다.

녹두장군의 메뉴들 중 낙지볶음이나 동태찌개 등 주방에서 만들어 내는 요리는 황 대표의 작품이고 아내 유지화 씨는 출입문 옆에서 부지런히 빈대떡과 파전, 굴전을 부친다.

부부는 가게문을 열기 전 늘 재래시장에 들러 싱싱한 채소와 낙지, 굴과 같은 재료를 구입한다. 아무리 저렴해도 신선하지 않은 재료는 황 대표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최고 가격의 채소와 살아있는 낙지를 사 들고 온다. 이윤을 많이 남기겠다는 욕심보다는 손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아이디어를 찾고 메뉴를 연구해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재미 있는 것은 같은 상표 막걸리라도 녹두장군 막걸리가 더 맛있다고 하는 손님이 많다는 것. 막걸리는 숙성시킨 술이기 때문에 생산한 후 3일정도 지난 뒤에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는데 그 날짜를 맞춰 주문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오랜세월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마음으로 음식점을 차렸지만, 처음엔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인사하는 것에서부터 쑥스러워 몸둘바를 모르고 허둥댔다"며 지난 날을 회상한다. 하지만 점차 일이 손에 익숙해지면서 메뉴도 늘이고, 요리를 하면서도 손님을 반갑게 맞아 줄 정도로 프로가 됐다.

두 부부가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원칙은 아무리 손님이 권해도 절대 손님상에 같이 앉아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일 하는 사람을 따로 쓰지 않고 둘이서 모든 일을 해 내고 있으면서도 힘들다는 마음 보다는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훨씬 크다며, 이 기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빈대떡, 해물부추전, 굴전, 도토리묵, 두부김치는 각 7천원이고 해물파전, 오징어볶음은 1만원, 낙지볶음은 1만8천원. 오후4시부터 12시까지 문을 열며, 첫째·셋째주 일요일은 휴무. ▷문의: 762-5985(녹두장군)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