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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판화박물관소장 용호도 판화 병풍. | ||
한·중 고판화목판 등 70여점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한·중 세화전-호랑이 판화의 세계'를 선보인다.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호랑이 관련 한·중 고판화 목판 30여점과 목판으로 인출된 판화를 비롯해 목판은 현존하지 않지만 판화자료만 남은 작품 10여점 등 총 7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중국 '용호도'와 '세작도' 등 중국의 고판화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희귀자료가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고판화박물관이 전시에 앞서 지난 12일 서울에서 공개한 용호도 목판은 청나라 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용과 호랑이를 각각 목판 1장씩에 새겨 짝으로 만들었다. 한선학 관장이 지난해 7월 인사동에서 구입했다는 이 목판은 얼핏 보면 연초에 제작해 걸어 놓는 세화(歲畵)인 우리의 '호작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소나무 대신 오동나무가, 까치 외에 원숭이가 있는 점이 다르다.
이에대해 한 관장은 "애초 중국 사람들이 액을 쫓고 복을 빌려고 호랑이, 까치 등의 동물로 상징화시켜 만든 것인데, 산둥성 지나 조선에 전래되면서 정치·사회적 풍자가 녹아들어 다른 맥락의 조선 민화인 호작도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하고 "용호도 목판 세트는 한국에서 새해에 액운을 막기 위해 문에 용과 호랑이 그림을 붙이는 문배도(門排圖)의 특징도 가지고 있어 오래전부터 지속돼 온 한중 문화교류사도 입증해준다"고 덧붙였다.
한 관장의 주장이 맞다면 그동안 민족 자생설과 중국 전래설로 나뉜 학계의 오랜 논란이 이 목판을 통해 정리되는 셈이다. ▷문의: 761-7885(고판화박물관)
호작도의 뿌리 논쟁
연초에 제작해 걸어 놓는 세화(歲畵)인 호작도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호랑이와 까치를 같이 그린 민화다. 나쁜 기운을 막는 동시에 새해를 맞는 즐거움과 기쁨이 담겨있다. 하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유래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홍선표 교수와 경주대 문화재학과 정병모 교수 등은 꾸준히 중국 전래설을 제기해오고 있다. 중국에서 유래한 보희도(報喜圖), 즉 기쁨을 가져오는 그림 중 까치와 표범을 그린 그림에서 표범을 호랑이로 잘못 이해한 데서 호작도가 비롯됐다는 것.
한 관장은 "이번에 공개한 호랑이 그림은 중국에서부터 호작도 그림이 발전돼 왔음을 입증하는 자료"라며 "중국의 보희도에서는 소나무 대신 오동나무와 표범이 등장하는데 그 전통이 이 목판에 나타나 있으므로 한국의 호작도가 중국의 보희도에서 유래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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