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매운 맛…순두부 커리로 맛 조절

눈물, 콧물 흘리면서도 매운 맛에 열광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곳이 있다.

단구동에 자리잡은 용두동쭈꾸미(대표: 나창한)는 오픈한지 1년 조금 넘었지만 본점이 이미 화제에 올라있어 미식가들은 이미 단골가게로 점찍어 놓은 맛 집이다.

오동통하고 부드러운 주꾸미를 이 집 특제매운양념에 볶으면 인기메뉴 주꾸미볶음(1인당 1만원)이 탄생된다. 지글지글 끓는 철판 위에서도 탱탱한 수분을 유지하고 있는 주꾸미를 하나 건져 먹어보면 마치 불을 뿜을 것만 같은 화끈함에 넋을 잃고 만다.

살이 오른 주꾸미는 삼겹살과도 찰떡궁합. 주꾸미를 호위하듯 둘러싸인 삼겹살은 주꾸미의 매운 맛을 완화시켜주는 믿음직한 존재. 거기다 나 대표가 직접 담근 백김치와 완도에서 공수한 김을 쌈 싸 먹으면 입안에서 완벽한 화음을 이룬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집의 대표적인 특징은 특별한 커리에 있다. 주꾸미볶음을 시키면 난데없는 커리가 식탁에 배달되는데 무엇에 쓰는 용도일까 싶지만 일단 먹어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이 심상치 않은 커리는 보통 커리가 아니다. 내용물이 순두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눈치 빠른 이라면 알아챘겠지만 순두부 커리 역시 삼겹살이나 백김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묘하게 어울리는 커리와 주꾸미의 만남은 색다른 맛을 찾는 이들의 식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다 먹은 후 밥을 볶아먹는 것 또한 아무리 배부르다 한들 빠뜨릴 수 없는 유혹 중 하나다. 거기다 산더미같이 부풀어진 계란찜은 남녀 할 것 없이 인기 최고. 요새는 조개탕(소·1만원)과 조개찜(소·1만5천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작정 맵거나 달지 않은, 그야말로 '맛있게 매운 맛'이 강한 중독성을 자극하며 젊은이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주꾸미를 기호에 맞는 다른 음식과 짝을 지어 먹게 한 즐거움도 젊은이들의 성향에 맞춘 전략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미식가였던 나 대표의 감각이 빛을 발했다.

나 대표가 음식업을 운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전에 야식업을 하긴 했지만 그조차 이집을 오픈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스킨스쿠버가 취미인 나 대표는 동호회 활동을 하며 전국의 맛 집이란 맛 집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

젊은이들의 소비성향과 한국의 변화하는 음식문화, 또 그에 맞춘 여가문화까지 연구하며 많은 업종 중에서도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릴 '매운 맛'이었고, 그렇게 음식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매운 것을 못 먹겠다는 손님들은 미련 없이 근처 경쟁음식점으로 안내한다. 나 대표는 "매운 맛의 강약을 손님 기호도에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손님에 따라 음식이 달라지면 어느덧 우리집만의 색깔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집 음식만큼 화끈한 손님들은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적극 환영하는 나 대표다.

나 대표는 "카운터에서 손님들을 쭉 둘러보면 우리네 사회상을 한눈에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며 "갈수록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지만 매운 주꾸미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업시간은 오전11시~새벽2시. 메뉴판에 쓰인 그대로 표현하자면 천재지변일 때를 제외하곤 연중무휴다.
▷764-2929(용두동쭈꾸미)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