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부담 없는 메뉴 30종…닭발·곰장어 주력

매운 맛의 중독성엔 장사가 없다. 먹는 내내 정신이 아득하고 옆에서 누구와 먹고 있는지 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어도 쉽게 젓가락을 놓기 어렵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매운 맛을 떠올리면 군침이 돌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흔히 "맛있게 맵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매운 맛을 내는 고추의 캡사이신은 발암물질의 활성화를 억제해 세포조직의 손상을 막아주며 체지방을 분해한다. 한의학에서도 매운 맛은 기운을 발산하는 효능이 있어 우울함을 해소시켜준다고 알려져 있다. 감성을 활성화시켜 엔돌핀의 생성과 분비를 촉진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일까? 불황일수록 매운 음식이 잘 팔리고,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자연스럽게 '매운 맛'집을 찾게 된다.

단관택지 박경리문학공원과 단구중학교 사이 골목 안에 자리잡은 '불에굽는 매콤이 열닭(대표: 지원근·44)'은 2004년 문을 연 이후 5년째 입이 얼얼해지는 엽기적인 매운 맛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누구나 가볍게 한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컨셉으로 문을 연 곳이라 가격부담 없는 30여종의 메뉴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비법소스로 입맛을 사로잡는 매콤한 닭발과 곰장어는 손님들이 추천하는 대표메뉴가 된지 오래.

직접 갈은 청양고추에 일반 고춧가루를 혼합한 뒤 여기에 배와 각종 채소 등 10여가지 재료를 배합해 이틀간 숙성시킨 소스가 맛의 비결이다. 잘 손질한 국내산 닭발을 비법소스를 발라 황토숯 위에 올리면 기름이 쏙 빠진 담백한 닭발에 직화의 은은한 향과 혀끝을 아리는 강한 매운맛이 일품이다(6천원, 뼈 없는 닭발 7천원). 서비스로 제공되는 달걀찜이 매운 맛을 중화시켜 주지만 참기름과 통깨, 맛소금으로 간한 뒤 김가루와 버무린 주먹밥(3천원)을 곁들여도 좋다. 

담백하고 고소하며,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품으로 유명한 곰장어도 이 집에서는 또 다른 별미. 양념을 발라 숯불로 구워 먹는 방법이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이 집만의 비법양념과 만나면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황토숯이 뿜어내는 훈증연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8천원). 닭발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닭 갈빗살만 사용한 매콤이 매운 닭(8천원)을,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소금간만 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소금구이(8천원)를 추천한다. 

중국집 짬뽕에 콩나물을 더해 속 풀이로 그만인 '해물우동사리(1만원)'도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홍합, 오징어, 꽃게 등 각종 해산물이 푸짐하기도 하지만 값싼 일반사리 대신 우동면을 사용해 쫄깃함이 그만이다. 출출한 이들을 위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홍합탕에 누룽지를 더해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홍합누룽지탕(8천원)과 과거를 회상하며 흔들어 먹는 '추억의 도시락(3천원)'도 준비돼 있다.

골목 안쪽에 위치해 처음 오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않다. 지 대표도 "2~3번 다녀간 손님도 매번 길을 몰라 전화로 묻곤한다"고 귀띔한다. 하루에도 십수번 전화로 길 안내를 하는 일이 부업이란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빈 자리가 없단다. 지 대표의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매달 두번째 일요일을 제외하고 오후5시부터 다음날 새벽4시까지 영업한다. 40여석 좌석에 10여대 주차 가능한 주차장이 있다. 인근 가까운 거리는 포장배달도 가능하다.

▷문의: 761-3016(불에굽는 매콤이 열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