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선 장칼국숫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메뉴엔 원조가 있듯 원주 장칼국숫집 가운데서도 원조가 존재한다.

학성동에 위치한 장수칼국수(대표: 주옥현)는 29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원주에 퍼진 장칼국수 음식점들도 주옥현(74) 대표의 음식 맛을 전수받았으니 여전히 원조의 명성은 뚜렷하다.

상호만큼이나 구수한 이 집 외형은 옛 골목의 작은 기사식당을 연상케 하지만 이래 뵈도 단골손님들이 넘쳐나는 맛집 중에 맛집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좌측 벽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인액자가 있다. 바로 김진선 도지사와 김기열 시장의 사인. 김 도지사는 얼마 전에도 들러 여전한 장칼국수의 진미를 느끼고 갔다고 한다. "4년 만에 들렀다"며 반가워 했다고.. 단골손님들도 외지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한 번 다녀간 손님들은 잊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바로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때 그 맛을 느끼기 위해서다.

전수를 원하는 음식업계 관계자나  외지손님들이 줄을 서는 데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맛의 비결을 물으니 다른 건 없단다. 보이는 그대로 시골 장과 얼갈이 배추 등이 들어갈 뿐이다. 이 집 전수로 큰 음식점을 차린 이들이 장사의 재미를 느끼고 있긴 하지만, 단골손님들에 따르면 맛의 비결은 주인 할머니의 손맛에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 그도 그럴 것이 단골손님들은 주 대표가 직접 만들지 않은 음식은 귀신같이 찾아낸다. 이 때문에 주방도우미가 있어도 음식은 전부 주 대표가 조리해야한다.

주 대표는 "음식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고 말하는 단골손님들을 접할 때면 아마도 손맛이 좌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주 대표가 장사를 시작한 건 생계를 위해서였다. 주 대표는 "새댁시절 남편의 사업실패로 절망하던 차에 친구의 권유로 국수를 팔기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대박이 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과일가게를 운영하던 친구가 주 대표의 음식솜씨를 익히 알고 있던 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주위의 주문을 받아 대신 국수를 팔아주기 시작했고 국수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지금은 일손이 딸려 어려운 일이지만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메주를 직접 쑤어 된장을 만들고 콩가루도 직접 만들어 콩국수를 내었다. 만둣국도 사골까지 고아 끓였지만 지금은 모두 타산과 인력이 맞지 않아 고향에서 입수한 농산물들을 사용하고 있다.

고풍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메뉴도 장칼국수와 콩국수 단 두 가지다. 타 음식점이라면 적어도 5천원에 판매하는 국수가 이곳에선 4천원에 판매하는 것도 모자라 두 배 이상의 양이 나온다.

한 단골손님은 "한 그릇을 시켜도 장정 둘이 나눠먹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양이 너무 많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시니 단골손님들의 경우 눈치를 봐서 덜어야 혼이 안 난다"며 웃었다.

영업시간도 따로 없다. 주 대표는 "이제 자식들도 다 키워놓고 급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생활비 정도의 수입원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을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닫는다. 엿장수 마음인 가게 운영에 단골손님들도 알아서 예약을 하고 일기예보 확인하듯 다음날 영업여부를 확인한다. 말이 없어도 통한다 했던가. 엿장수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손님이 방문을 원하는 날이면 예정된 일을 팽개치고 가게를 지키는 주 대표다.

인터뷰 시작 전, 한 손님이 식사 중이었는데 주 대표는  손님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주방을 지키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님의 식사가 끝나자 적막을 깨고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뱉던 주 대표. 흉내 내지 못할 음식 맛도 일품이지만 손님들은 어머니와도 같은 따뜻한 정성에 반해 이 집을 찾는 것이 아닐까.
▷문의: 746-9179(장수칼국수)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