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판에서 뽀글뽀글 끓이며 먹는 부대찌개 맛을 보았다면 다른 부대찌개는 먹을 수가 없다.

보통 찌개·전골 냄비에는 웬 만큼 끊이지 않고선 그렇게 진한 국물을 우려내기 힘들지만 '돌부대돌김치(대표: 이현정)'에서는 묵직한 돌 전골판에 잠깐만 끊이면 진국을 맛볼 수 있어 부대찌개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겐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부대찌개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 맛을 내는 음식이라기보다는 국물 맛을 제대로 내는 것이 관건. 이 대표는 강남터미널에서 우동 집을 했던 경험을 살려 갖가지 채소를 듬뿍 넣은 육수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국물로 쓴다.

천성이 부지런해 보이는 이 대표는 "돌판이 무거워 손목이 남아나질 않는다"면서 "그래도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내가 좀 힘든 게 났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부대찌개에 빼 놓을 수 없는 것 또 한가지는 빈스콩이다. 이 대표는 빈스콩이나 소시지는 절대 아무 곳에서나 구입하지 않는다는 철칙 때문에 수시로 가락시장을 다녀온다. "햄은 찌개 맛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지만 소시지와 빈스콩은 중요한 재료"라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재료를 구하기 위해 드는 경비를 계산하면 돌부대찌개 가격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경제가 어려워 외식비를 줄이고 있는 소비자 입장을 생각해서 당분간은 음식 값을 올릴 생각을 없다"고 했다.

진한 국물을 밥 위에 얹어 먹다보면 금방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 반찬 가지 수는 많지 않지만 향긋한 깻잎나물과 시원한 열무 물김치가 제 맛이다. 떡, 소시지, 햄, 그리고 라면사리를 건져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시지는 야들야들하고, 빈스콩은 씹히는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국물이 얼큰해 가끔씩 시원한 물김치로 입안을 가셔도 좋다.

대부분의 음식점에선 부대찌개를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을 받지만 이곳에선 언제나 1인분도 흔쾌히 주문 받는다. 근처에 어르신이 많이 살고 있고 혼자서 음식 먹는 일이 어려운 분들을 매정하게 내치기 싫다는 것이 이 대표의 마음이다.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대표는 알고 있다.

저녁 시간에는 삼겹살을 찾는 손님이 많다. 여주돼지를 공급받아 제주도 화산석 돌판에 굽는 삼겹살은 기름이 잘 빠져 담백하고 고소하다. 잘 숙성된 묵은지와 도라지 무침을 삼겹살과 함께 돌판에 구우며 먹는데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좋다. 주인장 인심이 어디 갈까, 저울 위에서 200g이 조금 넘는다고 고기를 떼어내지 않아 양도 넉넉하다.

둥굴레나 치커리, 결명자 등을 넣고 끓여서 식힌 식수도 정겹다. 오랜만에 맛보는 시원한 둥굴레물이 구수한 옛 맛이다.

메뉴는 돌부대찌개(5천원), 돌김치찌개(5천원), 돌삼겹(200g 9천원) 등이 있고 라면사리(1천원), 우동사리(1천원), 햄소시지사리(2천원)는 추가하면 된다. 삼겹살을 먹고 나면 된장찌개나 소면으로 식사할 수 있다. 오전11시부터 오후11시까지 문을 연다.

명륜2동 도영쇼핑 골목 안 성불유치원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어 치악예술관 근처에서 행사를 하거나 볼일이 있을 때면 마땅히 식사할 곳을 찾기 어려웠는데 돌부대돌김치집을 이용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의: 744-1231(돌부대돌김치)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