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촌맛'이다. 청국장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다. 진하다. '촌맛'이 어떤 맛인지 먹어보면 안다.

소초면 장양리 시외버스 종점 인근에 있는 반곡회관 식당(사장: 정진용·최영옥). 청국장과 비지장, 된장찌개, 김치찌개, 쌈밥정식, 북어구이, 두부구이, 감자전, 메밀전, 치악산 농주를 판다. 정진용 사장은 "우리 집 음식은 촌맛이다'고 말한다. 촌맛은 손으로 빚어낸다. 두부도 비지도, 된장도, 김치도 집에서 손으로 만든다. 예전 우리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청국장도 집에서 띄운다. 치악산 농주는 쌀을 찌고 누룩을 빚어 3일간 발효시켜 만든다. 걸쭉하고 독하다. 못밥 막걸리 훔쳐 먹듯 한 주전자 다 비우면 걸어서는 문지방을 넘지 못한다.

원래 반곡회관 식당은 89년부터 반곡동 영서방송 앞에 있었다. 혁신도시로 식당이 편입되면서 지난해 6월 소초면으로 이사를 했다.

89년 당시 반곡동에서 식당을 시작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반곡회관은 말 그대로 공공건물이었고, 정진용 대표는 이 회관에 세를 얻어 구판장을 운영했다. 당시 반곡동사무소 직원들에게 라면도 끓여 팔고 했는데, 시골인심이라 집에서 만든 청국장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것이 식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청국장 맛에 푹 빠진 동사무소 직원들은 식당을 차릴 것을 권유했고, 급기야는 식당허가를 내는 것까지 도와줬다. 그래서 식당을 개업하게 됐다. 우연히 시작한 것이었지만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손님들은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청국장 맛을 볼 수 있게 됐고, 두부와 막걸리도 불티나게 팔렸다. '반곡회관', '반곡동 청국장 집'은 식당의 대명사가 됐다.

정 사장은 "당시 식당 개업을 권유했던 공무원은 내 인생에서 큰 은인이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잊지 않고 찾아오고 있단다.

잘나가는 식당도 개조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주춤하기 마련. 하지만 반곡회관 식당은 사정이 좀 다르다. 맛의 힘이 아닌가 싶다. 연어가 회귀하듯 물어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단체에서는 행사가 있을 때 배달로 음식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사는 20년 단골을 끊는데 역부족이었다. 이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건강했던 정 사장은 이사를 앞두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삶의 터전을 떠나는 것은 그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사 올 때 반곡회관 식당 간판을 그대로 가져왔다. 단골이라면 간판만 봐도 입에서 구미가 당길 듯 싶다.

정 사장은 "주문이 많이 들어와 일손이 딸리면 돈 버는 것을 포기할 때도 있다"며 "마음 편히 장사하는 게 제일이다"고 말했다. 음식을 먹는 것도 마음 편히 먹는 게 최고. 허리 띠 풀고 넉넉한 촌맛을 느끼고 싶으면 장양리 버스종점으로 가면 된다. 점심 때 부터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다. 농주에 취해 운전하기 힘들면 버스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와도 좋을 것이다.

▷문의: 747-6044(반곡회관 식당)

김선기 기자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