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전북 부안 등용마을-핵폐기장을 넘어 에너지 자립마을로 2. 충남 홍성 홍동마을-지역 에너지를 스스로 일구는 주민들 3. 경남 산청 대안기술센터-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대안기술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마을이 늘고 있다.

석탄에너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 소비하는 로컬에너지가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에도 이러한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마을이 생겨나고 있는 것.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광주사무소가 에너지 자립의 희망-로컬에너지라는 주제로 실시한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전북 부안 등용마을과 충남 홍성 홍동마을, 경남 산청 대안기술센터를 방문, 로컬에너지 추진현황 및 과정,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본보를 통해 대규모 발전소(원자력)에 의지한 중앙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이뤄가고 있는 마을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풍력발전-등용마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핵폐기장 넘어 에너지 자립마을로

 

30여세대,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전남 등용마을은 주민 90%가 70대 이상이고, 그중 7가구는 독거노인이다. 여느 농촌과 비슷한 곳이지만 에너지 운용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햇빛발전소는 2005년 전국 최초로 주민에 의한 시민발전소로 알려져 있으며 1kW/h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등용마을은 지난 2003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하 방폐장)을 반대했던 마을이다. 2년여동안 이뤄진 주민 반대운동으로 300여명(구속 55명)이 사법처리됐으며 500여명이 병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전기사용에 대한 문제는 주민끼리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주민들이었다.

부안주민들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살수가 없다는 외부 비난으로 비판을 받았고 그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다는게 지역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속에서 에너지 자립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졌고 이후 적극적인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방폐장 반대투쟁은 주민들에게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했고 님비현상을 딛고 에너지 자립 마을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게 된 것.

방폐장 사태가 일단락된 후 주민들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위해 부안시민발전소를 출범시켰다. 지역 지도자들이 앞장서 종자돈을 마련하고 마을주민들이 직접 출자해 전국 최초의 시민발전소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민발전소는 2005년 부안지역 생태학교·원불교 부안교당·부안성당 등에 햇빛발전소 1·2·3호기(용량 각 3kW)를 설립해 연간 3천500~3천700kW를 생산하고 한국전력에 향후 15년 동안 전력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2006년 변산공동체에 4호기, 작년 6월 등용마을에는 서울시민발전 등 단체와 함께 총 30kw 용량의 발전소를 설치했다. 현재 부안에서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는 태양열·지열·풍력·자전거발전·바이오디젤용 유채 등 모두 친환경 에너지다. 

특히 등용마을에는 부안시민발전소, 생명평화 마중물, 생태학교 시선, 한겨레 초록마을 등 생태·환경 단체와 활동가들이 모여 에너지 자립과 생태 주제대안교육, 올바른 먹거리 생산 등을 실천하고 있다. 
　

	▲ 이현민 소장이 자전거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해 선풍기를 작동하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 통해 마을 자생력 높여

 

2009년 현재 등용마을 시민 햇빛발전소는 모두 36k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의 6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와함께 시민발전소는 작년부터 해마다 마을에너지를 10% 절감한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세웠다.

이를 위해 집집마다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교체하고 멀티 탭을 나눠줘 대기전력을 아끼는 등 절전운동도 시작했다. 지난 2005~2015년까지 10년 동안 마을에너지 사용량을 30% 이상 대폭 절감하고 전체 에너지의 50%이상을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등으로 대체하는 에너지 자립마을 프로젝트가 내실 있게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3년전부터 비료와 농약을 뿌리지 않는 유기농을 도입했다. 또 작년 여름방학부터 전국의 시민·학생을 대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체험학교 및 캠프도 운영하며 대안에너지를  전파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존 재생가능 에너지의 규모를 늘리고, 목질계 바이오 펠릿을 활용한 가정용 보일러 설치, 축산분뇨를 활용한 소형 바이오 가스 열병합 시설 등도 추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에너지 자립마을의 면모를 계획하고 있다. 

방폐장 반대투쟁으로 폐허가 된 부안. 부안은 현재 친환경에너지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리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마을사람들과 함께하며 꾸준하게 에너지 자립마을의 희망을 쌓아가는 중심에 등용마을이 앞장서고 있다. 

 

	▲ 어느 집이나 태양광에너지를 쉽게 활용하고 있다.

 

인터뷰 /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

	이현민 소장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에 주목한 이유는
2003년 당시 부안투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구호변화다. 투쟁 초기에는 부안에 핵폐기장 결사반대를, 다음에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핵폐기장 반대를 외쳤고, 이후에는 에너지정책을 핵폐기장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게 됐다. 이렇게 외쳤던 구호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왜 등용마을인가.
등용마을은 우리나라 최초 신부이자 순교자였던 김대건 신부의 직계후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종교적 공동체의 성격을 띠고 있던 주민들이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땅을 임대해줬다. 마을에 있는 천주교 등용공소 인근에 생명평화 마중물, 생태학교 시선, 한겨레 초록마을 등 생명·평화를 주제로 마을공동체를 새롭게 꾸리기 위해 모인 단체들의 도움도 컸다. 사람이 많으면 사회적 합의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도시는 소비가 전제된 곳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농촌을 택했다.
　
에너지 자립에 어려움은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이 문제다. 대표적으로 작년 7월 개정된 바이오디젤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유업자의 이익을 위해 일반인이 유채를 통한 경유 생산·유통·소비를 불법화했다고 보면 된다. 이는 친환경을 외면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제도를 개정해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북돋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에너지 정책 올바른 방향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원자력이 있다. 에너지는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필수적인 힘이다. 일방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한 에너지원에 집중하는 것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절약에 입각해 우리삶을 바꾸고 마을 공동체를 넓혀 사람다운 세상이 돼야 에너지 문제가 풀린다고 본다.

 

등용리 에너지자립마을 선포문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용마을은 지난 2005년부터 '친환경 농업, 재생가능 에너지, 대안 교육'을 주제로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여가면서 태양광 발전, 지열 냉난방, 태양열 조리기, 소형 풍력발전기와 자전거발전기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배우는 에너지 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까지 마을에서 쓰는 에너지의 30%를 줄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50% 이상 전환하여 에너지자립을 이루려 합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고유가와 석유파동에 대비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을 우리생활로부터, 우리 마을에서부터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등용리 에너지자립마을 계획'에는 등용마을 주민과 생명평화마중물, 부안시민발전소와 더불어 부안군, 에너지관리공단 전북지사, 전북의제21, 녹색연합이 함께 합니다. 이를 계기로 더욱 많은 에너지자립마을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이 사업에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가겠습니다.   2008년 8월 23일

 

이기영 기자kylee@wonjutoday.co.kr

이기영 기자  k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