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자(64) 강원도새마을부녀회장은 30년 넘는 세월을 새마을부녀회에서 활동했다. 막내딸 황지희(33) 씨에게 젖을 물리던 시절에 인연을 맺었으니 인생의 절반을 새마을부녀회원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남편 황병훈(75) 씨는 중앙동 개발위원이었다. 주위에서 중앙동 3통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하라고 했을 때 선뜻 승낙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을발전을 위해 앞장서는 것이 멋있어 보였고, 회원들이 가족처럼 어우러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젊은 새댁이 마을 일을 제 일처럼 앞장서는 것이 돋보였던지 1985년 3통 새마을부녀회장이 맡겨졌다. 이 자리는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이 아니어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1994년 중앙동새마을부녀회장을 맡으란다. 가족들에게 소홀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 고사했더니 당시 동장, 파출소장, 시의원 등이 남편을 찾아와 애걸 반, 협박 반으로 승낙을 요구했다.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총 출동해 승낙을 요구할 만큼 동새마을부녀회장은 역할이 막중하다. 부녀회 손길이 마을 전역에 고루 미치는 데다 여성을 대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동장 등이 총 출동하는 바람에 맡게 된 동새마을부녀회장을 재임까지 하며 6년간 역임한 뒤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에 원주시새마을부녀회장에 임명됐다.

원주시새마을부녀회장은 원주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돌보는데 앞장서는 이들이 새마을부녀회다. 미역이나 김을 대량구매해 조금 웃돈을 붙여 이웃들에게 판 수익금으로 소외계층을 돌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울 초입이면 김장을 담궈 불우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도로변 잡초제거나 원주천 정화활동에도 앞장서는 게 새마을부녀회원들이다보니 원주의 어머니에 다름 아니다.

원주시새마을부녀회장도 내리 6년을 맡았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주위에서 강원도새마을부녀회장에 출마할 것을 종용, 원주시를 대표해 나선 선거에서 당당히 선출됐다. 그리고 3년의 강원도새마을부녀회장 임기가 끝난 지난 1월 회원들은 만장일치로 연임을 결정했다. '통 큰 여성 조영자'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부녀회원에서 통부녀회장, 동부녀회장, 시부녀회장, 도부녀회장 등 수순을 제대로 밟았을 뿐만 아니라 단임임기로 끝난 적이 없을 만큼 신임이 대단했다. 주위의 신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강원도새마을부녀회장은 도내 18개 시·군 전체 새마을부녀회를 대표하는 만큼 자기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시·군 행사에 모두 참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원주시에서 열리는 여성관련 행사도 빼놓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사 일은 밤늦은 시간에 할 수 밖에 없다. 30년 넘게 부녀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이력에는 가정에 충실했던 배경이 깔려 있다.

남편과 1남2녀의 자녀 외에 새로운 가족도 있다. 결혼이민자 여성들이다. 도내 시·군을 다니며 친해진 결혼이민자 여성들도 꽤 많다. 이들은 원주에 들르면 꼭 전화로라도 안부를 묻는다. 이들을 위해 5년 전부터 외국인 주부 가요제를 열어 우승한 주부에게는 가족과 함께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비행기 티켓은 물론 여비까지 챙겨준다.

조 회장은 "30년 넘게 부녀회에 몸을 담다보니 이제는 따로 떼어 생각하기 힘들다"면서 "늙으막에 돌이켜보면 꽤 괜찮은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