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동주민센터 옆 '에드피아 3차' 2층에 자리잡은 '제주 궁(대표: 권중배)'. 조림과 구이 등 다양한 생선요리로 시청 공무원들과 인근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집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생선요리집이 맞는지 의아해 진다. 넓은 홀은 그렇다치고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와 구석구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작은 소품들까지, 왠만한 한정식집은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권중배 대표는 "음식점은 맛도 중요하지만 청결과 분위기도 그 못지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매일 직접 물수건을 삶는 일이나 옆 좌석 손님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주변 상을 치우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 재료부터가 남다르다. 조림에는 고추가 특히 중요하다. 태양초 고추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시골에서 구입했다 하더라도 100% 믿을 수 없는 것이 현실.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안주인 허진선 씨의 친정 전남 정읍에서 재배한 태양초를 조달해 쓴다. 문을 연 이후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는 이유다.

　갈치·도루묵·고등어·모듬조리까지 다양한 조림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권 대표가 추천하는 대표음식은 갈치조림이다. 갈치는 깊은 바다에 서식하며 살이 부드러워 소화가 잘 되는 고급 어종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두툼한 갈치를 무, 대파, 마늘 등 양념과 독특한 비법으로 숙성시킨 육수와 소스를 더해 끓여내면 비린내가 전혀 없는 영양 만점의 갈치조림이 완성된다. 뜨끈뜨끈한 밥에 새하얀 갈치살을 발라 먹는 맛이 우선 기막히다. 푹 익은 무와 매콤하고 짭짤한 양념장에 밥을 비벼 먹어도 좋다. 얼큰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은은한 감칠 맛에 한번 반하면 '밥도둑'이란 별칭은 게장이 아닌 갈치조림에 붙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혼란스럽다. 4인부터 인원수에 따라 3만5천~2만원. 혼자오는 손님을 위한 배려로 최근 1인분(9천원) 메뉴를 추가했다.

　'제주 궁'의 또 다른 자랑은 고등어 묵은지. 포인트는 탱탱한 고등어살과 어우러지는 '묵은지'에 있다. 직접 담근 김치로는 손님들의 요구를 다 맞추기 어려워 최근에는 장모님이 직접 담근 김치를 공수하고 있단다. 진하고 개운한 국물도 일품이다. 크기에 따라 3만~1만8천원.

　갈치·자반·이면수 등 다양한 생선구이도 9천~8천원이면 맛볼 수 있다. 여느집처럼 밑간을 미리하지 않고 그릴에 구우면서 천일염을 뿌려 간을 맞추는 게 특징. 굽기 전 미리 쌀뜨물에 담가두기도 하지만 구울 때도 소주, 레몬, 생강 등을 뿌려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맛깔스런 밑반찬도 '제주 궁'의 자랑거리다. 가짓 수가 많지는 않지만 마늘쫑, 도토리묵, 버섯볶음 등이 하나같이 소박하면서도 정갈하다. 담백한 맛이 궁금해 비결을 물으니 "화학 조미료를 쓰지않는 것은 기본"이라는 답이 되돌아온다.

　조림에는 기본으로 공기밥이 제공되지만 2천원을 추가하면 돌솥밥이 나온다. 밥을 옮겨 담고 물을 부어 두었다가 짭짤하고 얼큰한 조림을 먹은 후 맛보는 누룽지도 별미.

　80여 좌석에 둘째 넷째 일요일을 제외하고 오전10시부터 밤10시까지 영업한다. 홀 외에 4개의 크고 작은 방이 있어 손님접대나 가족간 외식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별도의 주차장은 없지만 건물 뒷편 에이스주차타워를 한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문의: 743-8988(제주 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