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100인분 음식장만
원생 누구보다 잘 헤아려

진일균(62) 전 원주아동센터 원장은 이곳에서 보육사로 근무하다 1991년 원장에 올라 최근까지 아이들을 돌봤다.

진 원장은 원주대학을 졸업 후 1976년 원성군청 공무원에 임용됐다. 그런데 작고한 고 이신학 원장 요청으로 공무원을 그만두고 1979년 보육사로 신애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30년을 이어진 것이다. 태장2동 주공아파트 옆에 있는 원주아동센터의 전신이 바로 신애원이다.

1991년 원장을 맡은 뒤 원주아동센터로 이름을 고쳤다.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그릇된 편견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보육사로 일할 당시는 빈곤해서 입소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서로를 보듬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을 다치게 한 건 사회적 편견이었다. 보육원 아이라면 색안경부터 꺼냈다.

요즘 입소하는 아이들은 결손가정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들은 이미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라 더욱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위로하고 때로는 손잡아주고 때로는 그냥 지켜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명절 때면 약 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한다. 원주아동센터를 퇴소한 자식들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배불리 먹이고 바리바리 싸들려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

원주아동센터를 일정궤도에 올려놓은 후에는 도내에서 최초로 장애전담시설인 예찬어린이집을 설립, 현재 34명의 장애아동을 보듬고 있다. 또한 작년까지 강원도아동복지협회장을 맡으면서 아동복지시설 개보수와 종사자 처우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유아축구단인 윈디FC도 작년까지 운영했다. 시설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이 함께 뛰놀며 벽을 허물고 체력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전국대회를 개최하기도 하는 열정적으로 운영했지만 감독 인건비 등 운영비를 더이상 충당할 수 없어 지난해 윈디FC의 문을 닫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쉬워하고 본인도 꼭 필요하다고 여겨 재 창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직함은 원주재가노인복지센터장이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아동복지를 전공한 아들 영호 씨에게 지난 3월 원주아동센터를 맡긴 뒤 노인복지에 주력하고 있다. 원주재가노인복지센터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까지 모두 120여명을 돌보고 있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어떻게 감당했는지 내 스스로 대견하다"면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이웃들에게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그는 올 2월까지 30년간 원생들의 아버지로 일하며 900여명의 자식을 키웠다. 정부는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진 씨에게국민포장을 수여했다. 가족은 아내 문미화(56) 여사와 1남1녀.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