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파를 맞으며 올 겨울은 예사로운 겨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언론 매체들은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침체를 이야기한다. 전 세계의 정상들이 경제위기를 살리자고 이합집산을 계속하고 있다. 기나긴 경기침체를 빠져 나가는데 몇 년이 걸릴지 아무도 예측을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이 나온다. 내년에는 대량실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초겨울 한파에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것은 기온만이 아니라 삶의 불안과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경제라는 말은 원래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인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경제라는 말의 핵심에는 백성이 있는 것이다.
　경제의 3주체는 기업·정부·개인이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기업은 개인을 고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최대수익을 지향한다. 개인은 시장에서 노동자와 소비자로서의 역할로 백성이다. 경세제민은 경제의 핵심이 백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있음을 말해준다. 백성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의 핵심이다.
　현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최대의 정책과제로 하여 출범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제 살리기 핵심은 백성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있는 사람과 기업중심의 경제라고 할 정도로 편중되어 왔다. 무분별한 개발과 독점의 방지를 위한 건전한 기업규제의 완화, 종부세의 무력화, 노동자권리의 축소, 기업지원을 위한 관치금융으로의 회귀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에 교육되어져 왔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핵심방향은 민초들의 삶에 맞추어져야 한다.
　고구려 장수왕은 조다(助多)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은 세자로 책봉되고도 장수왕이 79년을 재위하는 바람에 왕위에 오르지도 못하고 죽었다.
　장수왕은 광개토대왕의 아들로 만주벌판에서 한강 이남에 이르는 고구려 최대의 땅을 통치했던 왕이다. 장수왕보다 먼저 죽었기 때문에 장수왕 사후 왕위는 조다의 아들인 문자왕에게 계승되었다. 그런데 조다는 실권자이자 효자이며 군자로서 장수왕을 잘 보좌해 온 왕자로 전해지며 후대에 조다왕으로 추대된다. 조다(助多)는 많이 도왔다는 뜻이니 왕을 잘 보좌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자기 것 잘 못 챙기고 조금 어리숙하고 모자란 듯 한사람을 '쪼다'라고 비하해 부른다. '쪼다'의 어원은 후대 사람들이 왕을 잘 보좌하고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사람인 조다에 빗대어 생긴 말이라고 추론한다. 그러나 세상은 자기가 대장이나 용이 되기보다는 밑에서 열심히 일이 잘 되도록 돕는 조다(助多) 같은 사람이 많아야 좋은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떠받치고 열심히 일해 온 성과물이다. 그러니 경제의 주역과 핵심은 대다수 성실한 국민들이고 어려운 때일수록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
　경제가 무너지고 어려워지는 것이 성실히 일한 민초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 가? 그건 분명 정부와 기업의 실패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제일먼저 희생당하는 것이 민초들 아니던가? 정부와 기업은 경제 살리기와 구조조정에서 성실하게 일해 온 노동자와 국민을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만일 서민 경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노동자들을 내쫒고 기업만 살리자고 한다면 조다(助多)한 백성을  '쪼다'로 낮추어 보는 것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백성을 중심에 둔 상생의 경제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까지 지향해 온 기업중심의 경제정책은 이제 백성의 살림살이를 중심으로 한 상생의 서민경제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오고 백성의 살림살이 수준이 그 나라 건강의 척도이다.
김용우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지역농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