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술

지난 11월 4일은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 아버지의 조국이었던 인도네시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미국으로 돌아와 외조모부 밑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통해 정치에 눈 뜬 사람이 마침내 미 합중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날이었다.

공화당의 실정으로 인한 경제 침체 속에서 변화를 열망하는 미국인들의 선거 혁명이라고 해석을 하고 있다. 백인이 다수이며 여전히 인종차별의 의식이 남아있는 미국에서 외국 유학생의 아들이 세계 통치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최고 통수권자가 되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며 한편 피부의 색깔보다 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높이 평가하는 미국인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1961년 출생당시 생부는 케냐에서 미국 하와이대로 혼자 경제학을 배우러 온 기혼 유학생이었고, 생모는 같은 대학 인류학과에 다니는 미모의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이 당시 미국 남부에 있는 알라바마주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중심으로 흑인 인권운동이 진행되던 시기이다. 이 운동은 1955년 몽고메리에서 한 흑인여성이 버스의 백인좌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넘겨져서 벌금을 물고 풀려나온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또한 1963년에는 알라바마대학에 최초로 등교하려는 흑인 학생 2명을 주지사가 중심이 되어 학교 입구에서 저지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던 시대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오바마 부모의 결혼은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케냐 출신의 엘리트였던 아버지는 하버드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조국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갔고, 이혼 후 혼자 지내던 어머니는 인도네시아 유학생과 재혼하게 되어 오바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게 된다.

그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기억에 따르면 키가 커서 칠판 지우는 일을 도우며 축구를 좋아했고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소년이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재혼도 실패로 끝난 10살부터는 다시 미국에 건너와 외조모부 밑에서 홀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은 LA의 옥시덴틀칼리지를 거쳐 동부 명문대인 콜럼비아대학교로 편입하여 정치학을 전공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와의 이별로 심각한 정체성의 갈등을 겪으면서 마약까지 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내적인 갈등으로 인해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삶을 채찍질하게 했고 결국 대학을 택했다. 대학을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나 인종차별정책을 반대하는 한 집회에 참석하면서 정치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 뉴욕의 콜럼비아대학으로 편입해서 본격적으로 정치학을 공부한다.

대학을 졸업 후 뉴욕에서 잠시 일자리를 잡았던 오바마는 케냐에서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생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고 몇 년 후에 케냐를 방문해 아버지의 복잡한 결혼관계에 대해 듣고 크게 실망하면서 아버지의 삶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미국으로 돌아와 시카고 흑인거주지역에서 도시빈민운동을 하면서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환경의 변화 뿐만 아니라 국가의 법과 정치체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여 법대 학회지의 최초 흑인 편집장으로 일하게 된다.

졸업 후 시카고 법대에서 헌법을 강의하며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1996년 35세의 나이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인은 모두 하나'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무명 정치인에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는 정치 스타가 된다. 그 해 연방상원으로 된 지 2년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와 막강한 힐러리 후보와 노련한 맥케인 후보를 연달아 꺾으면서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하게 되었다.

오바마의 기적적인 당선은 경기침체로 고달픈 삶을 사는 어른들에겐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향방없는 학업과 취업준비에 지쳐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겐 희망과 도전의 성취모델을 공급해 주는 폭포수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