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 사행 행렬이 담긴 일본 판화 장식 병풍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은 지난 15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763~1764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 사행(使行) 행렬을 목판화로 제작해 만든 병풍을 공개했다.

　박물관측은 이 목판본은 1763년 일본에서 제작된 보력판(寶曆版) '조선인행렬차제(朝鮮人行列次第, 31.8×21.0㎝)'로, 통신사 일행의 행렬을 삽화 형태로 판각해 찍어낸 것을 병풍으로 꾸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같은 종류의 '조선통신사 행렬도' 중 가장 나중에 출판된 것으로 삽화의 그림이 가장 세련된 화풍을 보이고 있으며 책속에 담긴 내용도 앞서 간행된 책에는 없는 부분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목판본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당시 사절단 정사 이름을 서명응(徐命膺)으로 표기했다가 조엄으로 수정한 흔적이 있다는 점. 이에대해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도쿠가와 이에하루(德川家治)가 막부 장군에 취임한 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한 사절단 삼사에 서명응(徐命膺), 엄린(嚴璘),이득배(李得培) 등이 선임되었지만 정사에 임명된 서명응이 유배되고 이후 임명된 정상순마저 노모 때문에 원행을 갈 수 없어 결국 조엄이 충임됐다"며 "통신사들이 도착하기 전 먼저 출판된 책이기 때문에 처음 결정된 통신사 이름으로 판각됐다가 이후 병풍 소지자가 정사 일행의 이름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필사하여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관장은 또, "국립중앙도서관과 일본 와세다박물관에도 이와 같은 유물이 소장돼 있지만 와세다 판본에는 조엄이란 이름이 아예 빠져 있으며 부사, 종사관은 정상순이 정사로 임명되었을 때의 부사와 종사관 이름으로 등장한다"면서 "이로 미루어 고판화박물관 소장판본이 계미년과 갑신년 조엄 사행의 초판본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판본을 고증한 경희대 일본학과 마츠모토 교수는 "이 판본은 정도판본(1711년), 연정판(1748년) 보력판(1763년)이 있으며 일본의 인쇄사 책자에 빠짐없이 소개되는 자료로써 18세기 일본인쇄수준과 삽화판화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삽화판화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19일부터 고판화박물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일본 고판화의 세계' 기획전을 통해 보력판 조선통신사 목판본인 '조선인행열차제(朝鮮人行列次第)'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자료와 1910년대 조선시대 풍속 자료그림인 '조선풍속화보'를 비롯해 다양한 불교판화와 목판본 삽화, 우키요에 등 일본판화 관련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한 관장은 "일본 판화를 수집하며 일본인들의 고미술 연구에 대한 열정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면서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나 경시보다 이런 전시를 통해 일본을 근본적으로 연구해 일본을 뛰어넘고 세계속의 한국문화를 전파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