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프라자 내부에는 각종 공연과 전시 관련 자료를 항목별로 분류해 게시,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글 싣는 차례

 1. 아이치현의 랜드마크-아이치 예술문화센터
 2. 문화도시의 모델-가나자와 시민예술촌
 3. 문화도시 원주를 꿈꾼다

21세기의 화두는 '문화(文化)'다. 그리고 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공간'은 모든 도시의 필수 요소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문화가 생산되고 향유되는 곳을 꿈꾼다.

원주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원주에 유치하고 나서 가장 먼저 나온 요구가 '문화도시를 만들자'였다. 문화로 인해 한 지역의 경제적 가치와 환경, 그리고 지역의 이미지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는 자리면 으레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문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탄이다. 전시공간과 공연장은 물론, 작업실이나 공연연습이 가능한 허름한 공간 하나 구하기 어렵다는 푸념이다. 문화예술계에서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집중된 지원을 공간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해 전부터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의 추억만을 남긴채 문 닫은 시공관을 있는 그대로 활용해 작가들의 작업장과 화랑 그리고 소규모 공연장, 무용과 연극 스튜디오를 비롯한 아트타운으로 변모시키면 어떨까? 조성중인 문화의 거리는 물론 강원감영, 문화원, 가톨릭센터와도 연계한다면? 이 뿐만이 아니다. 곧 폐선이 되는 중앙로 철길을 따라, 혹은 이전을 앞둔 캠프롱 부지, 재개발 지역에 남아있는 창고 건물과 공간을 공원 조성과 함께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주말마다 시민들이 찾고, 지속적으로 외지인들이 방문하는 원주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가와 그 수혜자인 주민들의 욕구에 원주시의 정책적 의지가 합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원주투데이는 정책적인 문화지원을 통해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일본의 아이치현과 가나자와시를 다녀왔다. 이들 문화도시들의 운영과 추진 사례 등을 통해 생활권 중심의 문화정보공유시스템의 운영과 바람직한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본다. 

  1년 열두달 센터 안 모든 공간서 예술문화 보급과 활동 지원
 아이치현 문화정보센터, 일본 넘어 전세계 문화정보 제공

아이치현청이 있는 나고야 시에 위치한 아이치 예술문화센터(Aichi Art Center)는 일본이 자랑하는 생활권 중심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16년 전 아이치현이 건립, 현재는 아이치현문화예술진흥사업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자치단체 보조 8억엔, 복권기금 10억엔, 센터 운영수익 5억엔 등 연간 23억엔의 예산이 투입된다. 운영인력만 공무원 45명과 위탁직원 200여명 등 245명에 이른다. 지하 5층 지상 12층의 센터 내에는 미술관과 예술극장을 비롯해 문화예술 아카이브 및 전문도서관 역할을 하는 아트라이브러리와 아트프라자가 있어 문화예술에 대한 정보를 늘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1년 열두달 센터 안 모든 공간에서 예술문화 전반에 대한 보급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 카나비 전영철(상지영서대학 교수) 센터장은 "각지에서 도립미술관 유치를 놓고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데 생활권 중심의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아이치 예술문화센터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도내에서도 각 지자체별로 협력시스템만 갖춘다면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 전국의 문화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트프라자 전경.

　
 프로와 아마추어가 공존
　
센터 8~12층에 자리잡은 미술관은 8층과 10층에 각각 전시관을 두고 있다. 8층과 10층 전시실은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운영된다. 10층은 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을 전시하거나 기획전시실로 사용된다. 다시 말하면 전업작가나 프로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다. 반면 8층은 현내 일반 미술동호회나 아마츄어 작가, 학생들도 사전 예약만 하면 언제든 빌려 쓸 수 있다.

취재진이 방문 했을 때도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눈 앞에서 관람할 수 있는 근현대미술전부터 57회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동호회 회원전까지 다양한 전시회가 마련돼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아이치 예술문화센터 오자키 히로유키(Ozaki hiroyuki) 주임주사는 감명을 통한 문화육성이 아이치 예술문화센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술관은 예술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수준 높고 다양한 관심에 충분히 대응하는 것과 더불어, 관람객이 보다 깊은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며 "센터 내 미술관에서는 미술의 역사적인 흐름을 계통적으로 소개할 뿐 아니라, 현시점에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오늘날의 미술동향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예술문화 관련 자료를 갖추고 있는 아트라이브러리.

　
 산토리홀에 비견되는 일본 최고의 공연장
　
아이치현 예술극장은 본격적인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는 기능을 겸비한 대강당홀과 탁월한 음향효과와 친숙한 분위기로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경험할 수 있는 콘서트 홀, 자유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무대예술에 어울리는 소강당홀 등 세개의 전용홀과 두개의 리허설실로 구성돼 있다.

이중 대강당홀은 1천800여석 규모로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을 전문으로 여는 공간이다. 센터에서 기획공연을 열기도 하지만 전체 공연 횟수와 비교하기엔 미미한 수치. 국내와 마찬가지로 외부 기획사를 통한 대관이 주를 이룬다.

특히 대공연장은 동경 산토리홀과 함께 일본 최고의 클래식 공연장으로 손꼽힌다.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해 최신 조명·음향시설 등은 까다로운 음악가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았다.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 수준높은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1년 중 특히 10월과 11월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이 열린다고 소개한 오자키 주임주사는 "성격이 다른 세개의 전용홀은 각각 최신·최고 수준의 기능과 모든 장르에 걸쳐 고도의 전문성에 부응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예술공연을 가능케 한다"며 "동경 산토리홀과 함께 일본내에서도 최고의 콘서트홀로 평가 받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동경 산토리홀에 비견되는 대강당홀.

　
 일본내 모든 문화정보를 한눈에
　
문화정보센터는 아이치예술문화센터 내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지상 1층과 지하 2층에 자리잡은 문화정보센터는 예술문화에 관한 전문도서와 CD 등 자료를 갖춘 아트라이브러리, 예술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아트프라자, 문화예술활동의 표현과 교류의 장소로 활용되는 아트스페이스 등 세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일본의 현이라는 생활권 중심의 접근을 통해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일본뿐 아니라 세계문화예술의 현장까지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트프라자: 일본 국내 미술관의 전시회 브로슈어, 스케줄은 물론 전국순회전시회에 대한 도록까지 제공한다. 나고야를 비롯한 아이치현내의 갤러리 전시정보는 별도의 포스트카드 형태로 제작해 비치해 놓고 있다. 아이치현 예술극장을 비롯해 클래식, 연극, 댄스 등 무대공연 정보를 소개하며 전국 공연장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공연관련 전문잡지도 오픈된 형태로 제공,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전부라고 할 순 없지만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미술관 팸플릿이나 전시회포스터, 일부 도록을 구비해 제공하고 있는 점도 놀랍다. 프라자 뮤지엄에서는 미술관이나 오페라극장, 주요 음악제 홈페이지를 링크해 두고 주민들의 문화정보에 대한 접근을 돕는다.

아트프라자에서 만난 주민 타카히로(Takahiro) 씨는 "타 지역을 방문하기 앞서 먼저 이 곳을 통해 좋은 전시와 공연을 미리 접하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며 "특히 개별적으로 문의할 경우 상세한 추가 정보와 주최자의 연락처까지 안내해 줘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트라이브러리: 전문서적과 CD 등 예술문화 관련 자료를 갖춘 아트라이브러리는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문화예술 도서관이다.

이용객의 접근성에 주목해 센터 1층에 자리잡은 공간으로 곳곳에서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첫 인상에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는 도서와 자료, 일반 도서관과 별 다르지 않은 배치가 기대와 달라 보일 수 있지만 1층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료를 지하 서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나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곳에 소장된 문화예술 관련 자료는 도서 6만2천여권을 비롯해 악보 1만5천여점, 잡지 1천200여권. 이 밖에도 CD와 LP 2만4천여점, 마이크로필름 270점, VTR과 LD, DVD 등도 3천여점을 갖추고 있다.

별도의 CD 부스와 영상 부스가 있어 언제나 자유로운 감상이 가능하며 도서와 음악관련 자료는 1인 3권(점) 이내로 15일간 대출할 수 있다.

사토 아이치현 문화정보센터 운영자는 "기증도 받고 있지만 1년에 자료구입비로만 800만엔 이상을 지출할 만큼 이용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신 자료 구입에도 신경을 쓴다"며 "평일이면 500~600명, 주말에는 1천여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 센터 8층 미술관. 평일 오후임에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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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문화 세계전파가 꿈"
   사토 문화정보센터 운영자

사토(Sato) 아이치현 문화정보센터 운영자는 그 스스로 도예를 하는 전문 예술인이다.

사토 씨 뿐 아니다. 전체 직원 10명 중 전화안내 업무를 맡은 6명을 제외한 정보분류 담당자 4명 모두가 작가이거나 전문 예술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공예, 회화, 음악 등 각자의 전문분야 정보를 취합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문화정보 소통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 카나비'와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는 '전주권 문화정보 114' 등 비슷한 성격을 가진 국내 센터들이 현재 운영, 온라인, 홍보 등으로 업무분장을 나누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성급하게 어느쪽이 더 효율적이라거나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아이치현 문화정보센터의 경우 각 분야에 있어 전문성이 담보돼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사토 씨는 "처음 출발 당시 타성에 젖은 인사들의 비협조로 어려움도 많았는데, 지금은 문화정보센터를 통한 홍보효과를 체감한 기획자와 예술인들이 앞다퉈 수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동안 쌓은 노하우와 현재의 운영상황 등을 볼 때 남 부러울 것 같지 않지만 "예산부족이 늘 아쉬움"이라고 어려움도 토로한다. 그만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뜻일게다.

"일본 국내를 벗어나 국제적인 예술교류를 구상 중"이라고 밝힌 그는 "현재 비엔날레 등 구체적인 방식과 방향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역주민들에게 국내 문화현장과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양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설명이다. 출범 16년. 아이치현 문화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출발해, 전국의 문화현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완성하고, 지금은 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아이치현 문화정보센터 사무실 한켠에는 '1일 정보 3개씩을 올리자'는 구호성 표어가 붙어 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주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보면, '세계에 동양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사토 씨의 꿈이 현실화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