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서울 출생

■성심여자중·고등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프랑스 그르노블 III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전공: 프랑스 현대시)

■현재 원주 상지대 인문사회대 부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번역가


우리는 모두 어디서 온 것일까

또또는 우리 강아지 이름이다. 한 삼개월쯤 전에 우리 집에 왔다.

얼굴이 납작한 시주 종인데, 꼭 걸어 다니는 털인형같이 생겼다.
이름을 무어라고 지을까 하다가, 그냥 또또라고 지었다. 쉬를 잘 못 가려서 ‘또? 또야? ’하다가 그냥 또또라고 이름붙였다.

또또의 하루는 참 심심하다. 아침 나절에 밥 한번 얻어먹고 저녁 나절에 또 밥 한 번 얻어 먹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좁은 집안 여기저기 쑤석거리고 돌아다니거나, 구석에 웅크리고 한잠 늘어지게 잔다. 그러다 심심하면, 이거 저거 뒤져내서 물어뜯거나 가지고 논다. 조그만 인형, 슬리퍼, 조그만 등나무 바구니, 플라스틱 공. 어쩌다 자기 마음대로 잘 안되는 물건에 관심이 가면, 툭 건드려 보고는 한 발자국 물러나서 혼자서 작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기도 한다.

그러는 또또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심심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루 종일 식구들은 밖에 나가있으니까, 밤이나 되어야 사람들 구경을 하니, 아마 하루종일 아파트 안에서 저렇게 옴질옴질 움직일 것이다. 그러다 저녁에 사람들이 돌아오면, 또또는 너무 행복해서 어쩔줄 모르고 뒹군다. 정신없이 팔짝팔짝 뛰어 돌아다니고, 품에 뛰어올라 혓바닥으로 핥아댄다. ‘아이구, 또또야, 그만, 이제 그만’ 해도 소용이 없다. 또또는 너무 행복해서 자신의 행복감을 표현하는 일에 너무나 열심히 매달린다. 안아 보면, 작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엾어라. 이런 놈을 하루 종일 혼자 있게 하다니.

사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순전히 사람 편하자고 하는 짓인지도 모른다. 동물들은 자연 속에서 뛰어다니며 놀 때 가장 행복하겠지. 어쩌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겁은 나지만 새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경이로움으로 색색거리는 또또의 모습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가만히 눈치를 보다가, 위험이 없다 싶으면 팔짝거리면서 생생 뛰어다닌다. ‘또또, 엄마 간다, 안 갈 거야’ 하고 물으면, 눈치를 보며 조금 개겨보다가 곧 종종 뒤따라오지만 말이다.

글쎄, 이렇게 사람 옆에 두고 있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또 같은 작은 멍멍이는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것들은 아주 작은 의지를 가지고 사람 옆에서 움직이는 인형처럼 아주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어차피 자연 속에 내놓아도 저런 놈들은 이미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데리고 사는 수밖에 없겠지.

또또와 특별히 시간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또또랑 나는 서로 무지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또는 가만히 옆에 와서 조그만 발을 내 무릎에 올려놓기도 하고, 털이 북실복실한 대가리를 비비적대기도 한다. 또또를 가만히 안아주면서, 나는 혼자 생각한다.

너는 어디서 왔니?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온 것일까?

생명이 우리 둘 사이에 눈부신 강처럼 흘러간다.

또또의 작은 가슴이 콩콩 울리는 소리가 천 년전 쯤에 들었던 어떤 익숙한 소리처럼 내 몸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생명은 너무나 신비롭게, 늘, 있다.
나는 또또의 조금 축축한 코에 내 코를 대어본다. 아마 우리는 우주 어디에선가 한번 만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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