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작가 초대전 가진 서예가 고광현씨
“10여년전 공직에 있던 아내를 잃은 뒤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시작하게 됐죠. 붓을 잡으면 세상시름을 다 잊고 평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부인과 사별한 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위해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다는 귀래면 서예가 고광현씨(55). 고씨는 귀래면 운남리에서 휠체어에 의지해 버스를 타고 다니며 6년정도를 하정 박명수씨와 칠제 강영구씨에게 그림을 배웠단다.
그 시절 불편한 몸으로 미술수업을 받던 일은 지금도 그에겐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그렇기에 지난 27일 판부면 궁전웨딩홀에서 열린 전시회는 그만큼 의미가 남달랐다. 서른 한 살에 병원에서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다발성 신경마비를 앓고 지체2급 장애자가 된 고씨는 갑작스러운 불행에 큰 절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수렁같은 절망감과 역경을 이겨내고 창작활동에 전념한 고씨는 지난해 강원도서예대상전 입선에 이어 올해는 ‘석난’을 출품해 특선을 차지했다.
그는 29일까지 열린 제1회 강원도 중증장애인작가 초대전에 구족화가 최웅렬씨, 한지공예가 이은희씨와 함께 참가했다. 고광현씨의 이 첫 공식전시회에는 매·난·국·죽 사군자와 포도를 더해 오군자 작품 60여점이 선보였다. 처음 준비한 작품 80여점을 그리기위해 그가 사용한 화선지는 약 700여장.
“대나무를 그릴때면 한 붓에서 대나무 한 마디가 나옵니다. 제대로 획을 긋지 못한 그림을 찢고 또 찢어내야 한 작품이 나오죠. 관람객들이 쉽게 보는 저 그림들이 제게는 자식처럼 소중한 것들입니다.”
어려움을 이기고 창작의 산고를 이겨낸 그의 그림은 그래서 유난히 밝은 분위기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많은 그림작업을 했으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전시회는 엄두도 못냈다는 고씨는 내년에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