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제조창 뒷길로 연결된 장양4리 전원풍경은 결별의 아픔을 정화시켜 줄만큼 따뜻하면서 발랄한 길이다. 천수답이 길게 내려앉아 초록을 품고 있는 모습은 겸손을 배우게 한다. 녹음 우거지고 한적하지만, 산길이 아니어서 혼자 걷기에도 무섭지 않고 코스도 길지 않다.

연초제조창 앞 사거리에서 연초제조창 쪽으로 올라가지 말고 동네와 연결된 작은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온누리 식당' 간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꼬불꼬불 이어지는 시골동네 길을 걷다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편으로 85도쯤 꺾어 들어가야 한다. 장막 1길을 따라 내처 걸으면 도시계획도로 건설공사를 하느라 길이 파헤쳐져 있다. 먼지가 많고 도로가 울퉁불퉁해 불편하지만, 다행히 길지는 않다. 정면에 카페처럼 잘 꾸며놓은 '거북이한의원'을 50미터쯤 두고 왼쪽으로 나 있는 급한 길로 올라가야 한다. 곧바로 가는 길은 마을로 가는 길이다.

연초제조창 뒷길은 나무를 많이 심어 쾌적한데다 꽃들이 사방에 피어있어 한가하게 걷기엔 아주 좋다. 길 오른편으로 돌탑을 차곡차곡 쌓아둔 모습이 들어온다. 밭에서 골라낸 돌을 밭둑에 돌무덤처럼 쌓아 둔 곳도 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어느새 옥수수 키가 1미터 이상 자라 성글성글 초록 냄새를 풍긴다. '사각사각' 옥수수 잎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간지럽다. 고구마, 가지, 상추, 이름도 모르는 각종 채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곤대고 있다. 일 나온 아주머니가 땅콩 잎을 가리키며 뭔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우물쭈물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부끄럽다. 아주머니 덕분에 땅콩은 확실히 알게 됐다.

깃발이 날리는 마을회관까지 오면 네 갈래 길이 나온다. 마을회관을 오른쪽으로 두고 왼쪽 길로 꺾어져 들어간다.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왼쪽으로 도열해 있다. 폭삭 퍼질러 앉아 쉴만한 곳은 없지만 나무그늘 덕분에 덥지는 않다. 원주시 제2취수장에 오자 섬강이 눈에 꽉 들어찬다. '와~ 아름답다' 저절로 탄성이 터진다. 걷기코스 취재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처럼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원주는 참 살기 좋은 곳이다.

한 십여 분 걸으니 '수심이 깊고 빨라서 물놀이는 금물'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자세히 보려고 다가갔더니 시큼한 시궁창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무언가가 썩어서 나는 냄새인 것 같다. 물 색깔이 흐리고 바닥도 까맣게 오염돼 있다. 상수도 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이 무색할 정도여서 한참을 코를 막고 들여다본다. 문외한이 아무리 들여다본들 알까마는 맑은 섬강으로 썩은 물이 흘러드는 것을 보니 가슴이 탁 막힌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왼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오르막인데다가 해를 가려줄 나무가 별로 없고 보니 후끈 땀이 솟는다. '미래산업'을 오른쪽으로 두고 오 분 정도 걸어가면 고가다리 아래로 고속도로가 있다. 쇠창살 너머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치고 올라온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기분도 좋아진다.

고가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내려오면 아기자기한 집 한 채를 만나게 된다. 마당엔 채소와 꽃이 함께 자라고 있고 담도 대문도 없다.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어 지나는 객의 눈짓도 거르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 그 집 아래로 30미터 되는 곳에 왼쪽으로 꺾어지는 비포장 도로 길은 작은 마을로 통하는 길이다. 길옆으로 물이 흐르는데 꽃이 만발한데다 큼직한 바위들로 잘 관리해 놓아 눈맛이 좋다.

직진해서 내려오면 오른쪽으로는 굴다리를 지나 '굿모닝물산'이 있다. 그쪽으로 가지 말고 노하1교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 100미터쯤 가다보면 세 갈래 길이 나온다. 가치래미(치악산의 꼬리라는 뜻)1길로 가면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 십여 채가 있는 소담한 마을이 나온다. 가치래미2길은 가현 침례교회 쪽이다. 이쪽으로 걸어 나가도 목적지로 갈 수 있지만 이름 없는 오른쪽 길로 가야 한다. 시원한 직진 길인데 사거리 끝에 '짱구상사'가 있다. 이곳까지 오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 걸리겠고 코스의 끝 지점이다. 바로 왼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걷기 도우미
☞순환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갈 경우는 걷기 초입에다 차를 세우자. 온누리 식당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때는 고속도로를 내려다보는 고가다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원주IC방면에서 시작할 경우에는 역시 초입에 차를 세우고 원주시 제2취수장까지 왔다가 되돌아가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 걸린다.
☞걷는 중에 간이화장실은 없다. 장양4리 마을회관에서 실례를 할 수는 있겠지만 미리 해결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버스는 71번, 72번을 타고 가현동에서 내리면 바로 코스 초입이다.
☞온누리 식당 쪽에서 시작하려면 연초제조창에서 내려서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된다. 장양리 종점까지 가는 버스는 아주 많지만 연초제조창까지는 언덕을 넘어야 하는 조금 먼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