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6㎞는 완만한 오름세, 다소 긴 코스지만 노인들도 걸을 수 있다... 길 옆으로 폭포소리가 천지를 뒤덮는다.

백운산(1087m) 자연휴양림은 북부지방산림청과 (재)국제걷기연맹에 의해 건강숲길 제1호로 지정된 길이다. 11km중 초반 6km 정도는 완만한 오름세다. 산림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성분과 음이온 성분은 우울증, 당뇨병,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머지 코스도 완만해 어린이나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다소 긴 코스다.

매표소 직원의 친절한 도움으로 백운폭포 쪽으로 길을 잡았다. 오르막이지만 가파르지 않고 잘 닦여 있어 쉽게 걸을 수 있다. 400m정도 걷다보니 낭떠러지 쪽으로 철 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산림문화휴양관까지 차로 갈 수 있다. 시멘트 길이 싫으면 여기에다 차를 세우고 임도로 가면 된다. 임도로 들어서면서부터 백운산 중계소까지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미리 해결하고 가자. 그 외 구간에는 화장실이 많이 설치돼 있다.

 산림문화휴양관 입구에는 '제1호 숲길' 이라는 비석이 품위 있게 세워져있다. 임도로 들어서자 풍성히 열린 오디가 발을 묶는다. 검게 익은 오디 맛은 단데 덜 익은 붉은 오디는 덜 익은 오렌지 맛이다. 오디 몇 개가 산소만큼 큰 힘을 불어 넣어 준다.

국화과의 흰 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그 사이 길로 육십 대 아주머니 두 분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오신다. "이 코스가 너무 좋아 주중에는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러오고, 한 달에 2~3번은 가족 나들이를 해요. 시내와 가까운 곳에 이처럼 경치 좋고 물 맑은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라며 환하게 웃으신다. 산새도 '짹짹재르르' 맞장구를 친다. 

길 왼편으로 물소리 시원하게 들린다. 3일 동안 내린 비로 수량이 늘어 폭포소리가 천지를 뒤 덮는다. 곧게 뻗은 삼나무 몇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유럽 타트라 산맥의 광대한 삼나무 숲에 비할 수 없지만, 참 곧고 단단해 보인다. 두 시간쯤 걸으니 힘이 들기 시작한다. 아무리 길이 넓고 잘 닦여 있다고는 하나 오르막은 오르막이어서 쉬어가기로 한다. 커피 한 잔에 오징어 한 쪽 뜯으니 없던 힘이 생긴다. 산길에서 에너지 보충은 필수.

6km 지점까지 오르막인데 이곳은 해발 900m 정도 된다. 중간 중간 이정표를 세워놔 길 찾는데 어려움은 없다. 올라오는 내내 오른쪽은 산이 병풍이 되어주고, 왼쪽은 환하게 트여 있어 산을 내려다보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까지 가면 쉬어가자. '백운정'이라고 쓰여 있는 정자가 전망대다.

'서곡11호지' 길에서는 아카시아 잎을 따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가는 20대 커플을 만났다. 갑자기 길이 밝아진다. 대여섯 군데 낙석이 떨어져 있다. 살아 숨 쉬는 산을 관리하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이곳을 막으면 저곳이 터지고, 비나 눈이 오면 또 변하는 산. 산 위에 걸린 저 안개도 시간이 가면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무(無)로 돌아가고 마는 것을….

세 시간 정도 걸으니 다리엔 감각이 없어지면서 피부가 파들파들 떨리지만, 마음은 도인이 되어간다. 전망대에서 3km 정도는 임도다. 왼쪽으로 판부면과 흥업면 일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차단기가 보이면서 임도가 끝나고 시멘트 길이 나온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힘이 없는 노인이나 아이들은 주의해서 걸어야겠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은 피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은 양쪽으로 나무가 아주 울창해서 삼림욕하기엔 그만이다. 백운산중계소 때문에 포장했다고 하는데 차가 무난히 올라 올 수 있어서 여기에 차를 세우고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화장실이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어서 임도에서 참았던 볼일 다 보고 걷는다. 열 개쯤 산딸기를 따먹고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니 '한아름 유치원 학부모 텃밭'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몇 년 전 와 본적이 있었는데 뒷길로 오니 느낌이 다르다. 가장 무더웠던 여름이었는데도 발이 시리던 계곡물이었다. 텃밭에서는 잔잔한 라디오 음악이 나오면서 두런두런 가지를 심고 있는 가족들이 평화롭다.

새로 산 카메라 무게에 훌쩍 내려앉은 키가 길게 그림자를 만든다. 점심도 거르고 걸어야 했던 강행군이었지만 살빼기에는 가장 만족스런 걷기코스였다.

걷기 도우미

☞백운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산림문화휴양관까지 차로 갈 수 있고, 소용소골 쪽부터 걷고 싶으면 백운산중계소 못 미쳐 임도 시작되는 지점까지 차가 올라간다.
☞등산로는 세 군데가 있다. 1코스는 산림문화휴양관 앞에서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오른쪽 임도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 꽤 가파르고 험하다. 2코스는 매표소에서 소용소골로 올라가, 백운산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코스. 3코스는 야외무대 뒷길로 올라가 전망대까지 갔다가 임도로 내려오는 코스.
☞일단 임도로 들어서면 옆으로 빠져 나가는 길이 없기 때문에, 시간과 위치를 정해놓고 걷는 것이 좋겠다.
☞산림문화휴양관(766-1063)의 시설이 잘 되어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주중 4만원 주말 7만원 정도면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하룻밤 쉴 수 있다. 물놀이장도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나들이에도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