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된 지정면 송암초교 입구에 차를 세우고 2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를 찾았다.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높이 20미터, 나무둘레 5미터로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노송이 뿜어내는 기운을 흠뻑 받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 진다.

송암초교에서 오크밸리 가는 길로 100미터쯤 걸으면 왼편에 월호교가 있다. 큰 길 아래로 언제나 거기에 있어서 강의 일부분인 것처럼 어색하지 않으면서 아름답고 편안한 다리다. 하지만 장마철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발을 묶어 놓는다고 한다. 수년째 제대로 된 다리를 놓아달라고 건의하고 있다는데 아직은 감감무소식이란다.

지형이 반달처럼 생긴 다래 마을로 들어서자 곧바로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어져 들어가야 한다. 마을회관을 지나고 나니 1만평방미터는 됨직한 옥수수 밭이 장관이다. 무릎정도 자란 옥수수들이 흐느적흐느적 바람이 부는 입김 따라 누웠다가 동시에 일어나곤 한다. 김수영의 시 '풀'의 한 장면이다. 누운 풀들 위로 새소리 내려앉는다. 비닐하우스나 집에서 화초를 키울 때 음악을 틀어주면 더 잘 자란다고 하는데, 저 새소리가 바로 클래식 음악이겠다.

한참 걸으며 보니 처음 보는 농작물이다. 담배 밭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마'라고 한다. 촘촘히 망을 씌워 놓았는데, 잎들이 넝쿨장미처럼 타고 자라라고 만들어 준 것이란다. 아주머니 담배 밭 가랑에는 '우엉'이 1미터가량 자라 있었다. 걷기 코스로 나무랄 데 없는 길을 걷다 마을주민인 박병건(61) 씨를 만났다. 강 옆에 집과 밭이 있는데 비만 오면 물에 잠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400mm 정도만 와도 물이 빠지지 않아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 매년 관계당국에 진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고 하소연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얼굴은 따끔거리고 겨드랑이에는 폭포수 같이 땀이 흐른다. 시멘트 길이 끝나는 지점부터 강가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키 큰 쑥 틈에 핀 연분홍 나팔꽃이 수줍다. 양 옆으로는 키보다 높게 자란 풀들이 사열대열로 길게 늘어서 있다. 소복이 자란 풀숲에 덥석 누워버리고 싶을 만큼 고르고 포근해 보인다.

100미터 남짓 걸으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이정표가 없어 윗길로 올라가본다. 농사일 때문에 콘테이너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밥도 먹고 쉬기도 하는 모양인데, 갑자기 지도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낯선 사람의 출현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놀란듯하다. 길을 물으니 두 갈래 길에서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단다.

아랫길로 접어들어 걷고 있는데 한 뼘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조그만 새가 뒤뚱뒤뚱 걷고 있다. 마치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 같다. 한참을 조심스럽게 따라 걷는데 눈치를 챘는지 강가로 날아간다. 새처럼 기분이 훌쩍 날아오른다. 계곡물 소리가 개선행진곡처럼 경쾌하게 들려온다.

계곡물을 밟고 건너면 여기서부터는 한솔오크밸리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도록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알았는지 일단의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여가를 즐기고 있다. 계곡물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아는 얼굴이 보인다. 세상 참 좁다.

 좁은 계곡을 지나 산길을 바투 걷는다. 간이 화장실이 한군데 있다.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걸으면서 삼림욕하기에 아주 좋다. 흰 나비 하얗게 날고 잠자리는 잠잠하게 날아다닌다. 오 분 쯤 가니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직진 길은 골프장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오른쪽으로 올라갈 것.

나무와 일방적인 대화를 하면서 걷다보니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오크밸리 직원들이 잔디에 물을 뿌리고 있는 중이다. 집 옆에서 산딸기를 발견했다. 어찌 먹을거리를 보고 그냥 지나치랴. 빈 물병 속에 산딸기를 꾹꾹 채워 넣고는 오른쪽 윗길로 접어든다. 아랫길은 스키장으로 연결된 길이다. 윗길을 따라 십분 정도 걸으면 오크밸리 정문으로 올라가는 큰 길이 나온다.

이 코스는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들길과 산길을 반반씩 걷는다. 삼림욕을 하려면 오크밸리 정문 입구쪽에 있는 부동산컨설팅 사무실에서부터 시작하면 되고, 너른 들판을 보고 싶으면 송암초교에서 시작하면 된다. 
　
　☞계곡 물 밟을 일이 세 번 있다. 험난한 코스가 아니니 샌들을 신고 가도 좋을 듯.
　☞꼭 도시락과 돗자리를 챙겨 가라고 권하고 싶다. 어디든 앉아 쉬고 싶을 만큼 좋은 곳이 많으므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보길.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버스가 자주 없고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월송관광단지를 빙 둘러 가는 코스이므로 걷고 나서 물놀이하기에도 좋고, 주차할 만한 곳이 많다.
　☞시내버스는 56번 월송 3회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