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코스 연재를 시작하면서 처음 소개한 코스는 원주천을 따라 걷는 길이었다. 시민들이 접근하기가 쉽고 도심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원주천 코스다. 처음에 소개한 것이 대평교를 중심으로 강 하류방면이라면 이번에는 대평교에서 원주천 상류쪽으로 걷는 코스다. 

대평교는 1983년에 가설돼 교각은 빛이 바래 우중충하고 낡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다리다. 새벽에 비가 내려 먼지가 씻겨 내려간 원주천은 생각보다 맑았다. 흐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걷기엔 좋은 날씨다 싶었는데 비가 내린다. 언제 비를 맞아 보겠나 싶어 그냥 걷기로 했다. 멀리 밭에서는 비옷을 입고 일하는 농부들이 보인다.

5분쯤 걸어 김선학(75) 씨 집 앞에 당도하니 비가 그친다. 대문 앞에 서 계시던 김 씨가 대뜸 어디서 나온 사람이냐고 묻는다. 집 앞에 놓여 있는 다리가 성할 날이 없어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달라고 건의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는 것. 차 한대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인데다 몇 가구 살지 않는 곳인데 과속방지턱을 만들어달라니 의아하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밤에 음주단속을 피하려는 차량들이 이 길로 들어와  다리 난간을 들이 받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반쯤 떨어져 나간 쇠난간이 덜렁덜렁 위태롭다. 방치했다간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산성교까지 가는 동안 강을 건널 수 있는 곳이 네 군데 있다. 지금은 물이 많이 흐르지 않아 마음 놓고 건널 수 있지만, 비가 많이 오면 힘들 것 같다. 길 아래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랗고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환하다.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들은 질서정연하게 녹색 선을 그어 놓았다. 

오른쪽 국도 옆으로 보이는 원주실버요양병원을 지나치면 일반적인 집과는 다른 집들이 눈에 들어오고 '금 항아리 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금대리라는 지명이 금 항아리가 묻혀 있는 집에 대한 전설에서 유래됐다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정표 바로 앞에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옥 한 채가 있는데 '금대1리 짚풀 목공예 체험관'이다. 꽃도 단정하게 심어져 있고, 의자도 있어 쉬어가지 않으면 서운하게 해 놓았다. 짚으로 꼰 새끼줄도 쌓여있고,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농기계들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지붕은 너와집처럼 아주 오래된 나무를 기와크기로 잘라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그 길로 쭉 가면 금대초등학교 후문이 나온다. 차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학교 정문 쪽으로 100미터가량 한사람정도 다닐만한 산책로가 있는데 끊긴 길이므로 학교 뒤 큰길로 돌아 가야한다. 간이화장실이 한군데 있다. 아뜰리에 어린이집을 지나 잘 닦인 시멘트 길을 쭉 따라 가다보면 과일나무가 많은 마을이 나오고 마을 끝나는 지점이 원주천과 닿아있다.

거기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울퉁불퉁한 통나무로 만든 정자가 있다. 자연미가 저런 모습이겠지 싶어 먼지 수북하지만 정자에 앉아 쉬면서 물 한잔 마시려는데 갑자기 기차가 머리 위쪽에서 덜컹덜컹 뿌웅~ 소리 지르며 지나간다.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 철로가 있었나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로 시작되는,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한 장면이 문득 스친다. 이국의 어느 시골마을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곰네미교를 오른쪽으로 두고 지나간다. 곰네미는 곰이 넘어 다녔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다리 이름치고 참 예쁜 이름이다. 곰네미교부터 둥지가든까지는 삼림욕을 하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걷고 있는 사람이 있어 물었더니 일주일에 한번 씩 나온단다. 개운동에서부터 시작해 20km정도를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는데 직접 와보지 않으면 모르는 매력이 곳곳에 숨어있는 코스라며 적극 추천한다.

둥지가든 사장님이 따끈한 커피 한 잔을 주셨다. 집 앞으로 운동하러 다니는 사람이 참 많은데 누구에게든 커피를 대접한다고 한다. 30여년 이 동네서 장사를 하다 보니 모두가 이웃이고 손님이라며 내민 거친 손이 참 따뜻하다. 항아리에서 자라는 꽃도 상큼한 향기를 뿜으며 나그네의 발끝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마땅히 차를 세워둘만한 곳이 없기도 하지만, 버스가 수시로 있어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대평교까지 가는 버스는 아주 많다. '관설동 종점'이라고 쓴 버스는 모두 간다. (금대리 가는 버스는 21, 22, 23, 24, 25번)
　☞짧은 코스를 원한다면 금대교~금대초교까지의 코스가 좋다. 삼십분에서 사십분 정도. 금대초교~대평교도 비슷하게 걸린다.  
　☞화장실은 금대초교. 둥지가든 두 곳에 있다. 둥지가든에 있는 간이화장실은 변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와 상쾌한데다 냄새도 없어 좋다.

고민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