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 원주시와 한국토지공사, 군(軍)이 추진하는 1군수지원사령부(이하 1군지사) 및 예하부대 이전사업 추진경과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월과 4월 원주시를 상대로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 했다.

청구 내용은 시와 토지공사, 군이 체결한 '육군 제5378부대(1군지사) 이전 등 이전사업 합의각서(이하 합의각서' 사본과 시와 토지공사가 2005년 5월 20일 체결한 '육군 제5378부대 이전 등 관련사업 합의서' 사본.

두 달이 넘는 동안 시간을 끌던 원주시는 결국 두건 모두 비공개 결정 통지를 했다. 원주시는 이 과정에서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소관부서 임의대로 공개여부를 결정하는 등 행정정보공개 청구 업무처리에 대한 문제점을 보여줬다. 이에 본사는 원주시가 비공개 결정 을 하기까지 있었던 문제점과 비공개 결정이 부당함을 밝힌다. 또한 원주시가 1군지사 이전 사업 관련 합의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대응논리 없으면 비공개 사유 변경

원주시는 본사가 청구한 합의각서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제1항 제8호에 해당한다며 비공개 결정 통지했다. 이유는 공개되면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1군지사가 문막읍 동화리 일대로 이전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한 사실이고 2020년 도시기본 계획에도 반영돼 있는 점을 들어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자 원주시는 비공개 이유를 하나 더 추가했다. 합의각서에 상세한 기부재산 및 양여재산 목록이 포함돼 있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국가 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본사는 "국방 정보에 해당하는 기부재산 및 양여재산 목록을 제외한 나머지 합의각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느냐"라고 묻자 "이는 또 다시 검토해 봐야 한다"며 공개를 꺼렸다.

원주시와 한국토지공사가 2005년 5월 20일 체결한 '육군 제5378부대 이전 등 관련사업 합의서'도 사유를 변경해 가며 최종적으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합의서를 비공개 결정한 이유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 및 8호에 의해 비공개 대상이며, 합의서에 "합의내용을 제3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하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사는 행정안전부 공개행정과에 관련내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행정안전부는 합의서가 군사 보안적 성격이 없음에도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를 들어 비공개 처분한 것은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회신했다. 또한 한국토지공사가 1군지사 이전에 따른 개발예정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전환경성 검토서(초안) 주민설명회까지 마친 상황에서 제9조 제1항 제8호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한 것 역시 위법·부당하다고 밝혔다.

"제3자에게 열람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합의서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한 것 역시 위법·부당하고 당사자인 한국토지공사에서 이를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요청했다면 비공개해야 하는 법적 근거 및 구체적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원주시는 "해당 기관인 한국토지공사와 협의한 결과, 본 정보는 한국토지공사의 비공개 대상 정보목록에 포함되는 사항이므로 비공개 대상임을 통지한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한국토지공사에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되면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근거로 내부규정을 정해 비공개 대상 목록을 정해 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지공사 관계자는 "원주시를 상대로 공개청구를 한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입장만 전달하면 되고 공개여부는 원주시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결국, 원주시는 이의신청에 대한 대응논리가 없어지자 법적 근거 및 구체적 사유에 대한 입증 없이 한국토지공사의 비공개 사유를 빌려와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이다.

이의신청, 심의 없이 자의적 비공개 '위법'

원주시는 합의각서 이의신청에 대해 정보공개심의회 심의 없이 소관부서에서 직권으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본사는 '합의서' 사본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면서 "이의신청에 대해 정보공개심의회 심의 없이 처리부서에서 직권으로 결정해 비공개 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부당한 행위"라는 내용을 첨부했다. 그러나 또 다시 소관부서 직권으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도시개발과 담당자는 "정보공개 관련 부서와 협의를 통해 비공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보공개 관련 부서가 관련 법령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위법행위임을 알면서도 비공개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심의회를 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정보공개법 시행령 제11조에 규정된 '심의회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심의한다'에서 '심의한다'는 규정은 공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등 심의회를 거쳐야 할 실익이 명백히 없는 다섯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강행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원주시의 행위가 위법함을 밝혔다. 이에 본사는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원주시의 부당함을 밝힐 예정이다.
　
취하요구하며 "토지공사도 힘들다"

원주시 도시개발과 담당은 행정정보를 청구하자 본사 기자에게 "행정정보 공개 청구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 "공개되면 분란이 일어날 텐데 원주시 발전에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취하를 요구했다. 또한, "물가도, 각종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1군지사 이전 사업을 하는데) 토지공사도 힘들다"며 1군지사 이전사업을 맡은 토지공사에게 정지뜰 및 남원주 역세권 개발사업을 맡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앞서 담당 과장은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전화를 걸어 "정보공개청구까지 하고 그러느냐"며 "열람 가능하니 와서 보라"고 말했다. 이에 열람을 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옯겨 적으려 하자 제지했다. 토지공사 의견을 듣지 않고 외부로 합의각서 내용이 유출되면 토지공사도 원주시도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이 밖에도 원주시는 '합의서' 사본 비공개 결정을 하기 하루 전 전화를 걸어 토지공사 담당자와의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토지공사가 해당 합의서를 당초에는 비공개 목록으로 정해 놓았으나 시간이 경과해 공개할 수도 있으니 잘 협의해서 직접 받아보라는 취지였다.

본사는 여러차례 원주시 담당자에게 "비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면 담당 공무원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정보공개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자"는 의견과 "토지공사 또는 군이 정보공개를 원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공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원주시는 비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정보공개 청구를 무마하려했고 결국 법 규정마저 위반하는 실수를 범했다.

원주시, 민감한 정보공개 청구 '시간끌기'

원주시는 이와 같이 민감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는 법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시간끌기로 일관하며 행정력과 비용을 낭비해 오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지난 2004년 공개를 청구한 4급 이상 간부 공무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결국 대법원 판결로 3년5개월 만에 공개결정이 내려졌다.

원주시가 지출한 소송비용은 495만원. 대법원까지 간 사건치고는 소송비용이 적게 들은데 대해 한 관계자는 "변호인이 법적 공방을 벌일 만한 논리를 개발할 근거와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는 재판인 줄 알면서도 시민의 세금을 써가며 시간끌기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합의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길래?

원주시와 토지공사가 체결한 '합의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길래 원주시가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일까? 본보를 비롯한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합의서에는 "이번 사업의 범위는 기존 및 신설 국방·군사시설 부지와 정지뜰이며 토지공사는 원주시의 동부권 개발계획을 군사시설 이전사업과 연계해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원주시와 토지공사는 남원주 역사가 건설되는 무실동 일원의 신도시 개발사업을 공동 시행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동부권 즉, 소일택지 개발은 주택공사가 추진하고 남원주 역세권 개발사업은 공동 시행이 아닌, 토지공사 단독으로 추진하는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것만을 보더라도 원주시가 합의서와 달리 토지공사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고, 합의서 외부 공개를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특혜를 준 것이 물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부대 이전사업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이를 보존해 줄 필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대형사업을 공론화 과정없이 시장 직권에 의해 결정했다면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선기 기자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