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사열을 받으며 매지 저수지 꽃길을 걷는다. 저 꽃잎들, 나무 속 어디에 숨어있다 저렇게들 일시에 쏟아져 나온 것일까? 신의 고봉밥처럼, 튀밥처럼, 사랑도 뻥~부풀려지는 꽃길이다. 캠퍼스 커플들, 친구들, 가족들 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길을 나도 사랑하며 걷는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꽃길이 끝나면 노천극장이 나온다.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한데 어울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편으로 우거진 나무숲 안에는 벤치도 있다. 유치원생들도 소풍 나왔는지 말간 웃음 하늘까지 간다. 조금 더 걸으면 이정표가 없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매지 저수지 제방을 따라가는 길이므로 왼쪽 길로 올라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가길래 저쪽인가? 하고 따라 걸었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학생들에게 물으니 자세히 가르쳐준다. 초행길인 사람은 헷갈리기 쉬우므로 기억해 둘 것. 
　연세대학군단까지 걸어 올라가다보면 오른쪽 산길로 접어드는 길과 직진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길이 끊겨 되돌아와야 하므로 직진하도록 한다. '매지-대안 임도'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90도쯤 급히 꺾인 길로 가야 한다. 차가 진입할 수 없도록 통제되어 있다. 생각 없이 길 따라 직진했다가는 도리 없이 되돌아 와야만 한다.
　여기서부터가 푹신한 흙 물씬 밟고 가는 본격적인 걷기 코스다. 마침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와 흥얼거리며 걷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소리가 난다. 한상용(주차관리원, 62세) 씨로 주차일이 어느정도 끝나면, 물탱크 관리와 산불 관리를 하기 위해 하루에 세 번씩 꼬박꼬박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한다고 한다. 2004년 일을 하기 시작해서 5년째 접어들고 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쉬는 날이라 올라오지 않는단다. 그래서 주말엔 걱정이 된다고… 이 코스는 평일에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주말에는 동네사람들과 이 코스를 알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온다.
　길이 넓고 잘 닦였다고는 하나 그래도 산인지라 오르막에서는 숨이 차오른다. 모자를 쓰지 않고 걷는 중이어서 저 위에 있는 태양이 내 얼굴인지, 지금 화끈거리는 뜨거운 얼굴이 내 얼굴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잠시 가을 낙엽을 깔고 앉는다. 준비해 온 육포 한 장을 뜯으며 냉커피를 마신다. 철저한(?) 준비에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을 만큼 달콤한 휴식이다.  
　여기가 정상이다, 싶은 곳에 오르니 나무 사이로 연세스포츠센터와 멀리 현대아파트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보인다. 이런 길에서는 미쳐도 좋겠다싶어 진달래 한 송이 꺾어 머리에 꽂았다. 노란 제비꽃들이 길 양옆으로 소박하게 피어 있다. 내리막길이라 걸음이 빨라진다. 두 팔을 벌리고 달려 내려간다. 저 앞쪽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려 얼른 머리에 꽂은 진달래를 빼냈다. 젊은 교수가 제자들을 데리고 산책 나오는 길이라고 한다.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학교 잔디밭에 앉아 교수님과 노래부르고 토론 했던 일. 노(老) 교수님과 몇몇 학과생이 해남 땅끝마을로 당일치기 여행갔던 일 등이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머문다. 참 따뜻한 모습이다. 점심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자주 찾는 곳이라고.
　매지-대안 임도 NO. 24에서 22번은 포장돼 있다. 임도가 끝나는 곳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세연학사로 내려오는 아스팔트 지열이 뜨겁다. 

걷기도우미

　☞버스를 이용할 경우 캠퍼스내 정류장은 세 곳인데 복지회관에서 내려서 연세스포츠센터 꽃길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연세대에 가는 버스는 34번(10분 간격) 31번(40분 간격) 30번(60분 간격)
　☞요즘은 햇빛이 강하니 모자는 꼭 챙겨가는 것이 좋다. 그늘이 별로 없다.
　☞임도로 들어서면 세연학사로 내려오는 길까지 화장실이 없다. 
　☞생수 500ml 한 병 정도 들고 가는 것이 어떨까. 오르막길 걸을 때 숨이 가쁘고 덥다. 
　☞식사는 저렴하고 맛도 있는 학교 식당에서 해결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