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 산악자전거 관계자 몇몇이 차량 답사를 간다기에 따라 붙기로 했다. 산길 코스여서 혼자 걷기엔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발 전부터 비가 많이 내렸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그것 참, 걷는 날 제대로 잡았다 싶었다. 신림으로 가는 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치악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 해발 300m 고지쯤 오르니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4월의 하늘이 자분자분 차 유리창을 딛고 녹아 내렸다. 두 시간이 넘게 차량 답사를 마치고 휴양림 입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비는 그쳤고 비가 그친 산은 청명하고 순백해 마음속 묵은 때까지 말끔히 씻어 주는  것 같았다. 오른쪽 계곡에서는 봄을 알리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합창을 하며 혼자 걷는 산길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조금 걷다보니 건강발걷기 코스가 보인다. 더운 김 모락거리는 신발을 벗고 걸어보기로 했다. 아직 마르지 않는 빗물로 금방 양말이 젖고 말았지만, 차가우면서도 딱딱한 감촉은 생각하지 못했던 상쾌함을 안겨줬다.
　황토방 팬션까지 올라가면 화장실에 들렀다가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겠다. 앞으로 한 시간 가량은 화장실이 없으므로….
　황토방을 지나서부터는 시멘트포장도로가 끝나고 임도로 들어선다. '금창-금대임도' 라는 작은 팻말이 중간중간에 걸려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차량 한 대는 거뜬히 다닐 수 있을 만큼 폭이 넓어서 여럿이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임도치고는 관리가 잘 돼 있고 바닥에는 낙엽과 마른 솔잎이 떨어져 있어 걸을 때마다 발이 통통 튀어 오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노랗게 피어오른 산수유 꽃망울을 보느라 나무에 물꽃 핀 걸 놓칠 뻔 했다. 하늘이 나무에 걸어놓고 간 수정 같은 물꽃을 찍느라 한동안 지체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혼자 걷기엔 무서운 산길을 걷고 있는 내가 신기했다. 마치 집시여인이 된 것 같은 미묘한 기분에 빠진다. 한 참 내리막길을 걷다가 임도가 끝날 때쯤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내려가야 금창계곡으로 통한다. 동현농원이라고 적혀 있는 비석을 지나면서부터는 집들이 보여 정겹다. 오른쪽으로 계곡 물소리 들으며 걷다보면 군부대를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길이로는 6.5Km이지만 산길이기 때문에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잡고 걸어야 한다. 혼자서 가는 것보다는 가족이나 애인, 친구와 동반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걷기도우미

　☞금창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 두성농원(763-4134)과 심밭골 농원(763-6343)이 있다. 두성농원은 사과·매실·자두 등을, 심밭골 농원에서는 산나물·고사리·두릅 등 계절에 따라 직접 농사지은 것을 판다.
　☞금창리 입구의 철도 밑 다리는 2.0M이상 차량은 통과할 수 없다. 비가 많이 오면 건널 수 없는 곳이니 유념하시길.
　☞[원주 산 사람들]이 나무마다 이름표를 달아 놓았다.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이름을 불러 보길 권한다.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황토방까지는 시멘트 길로, 3군데 간이 화장실이 있다. 황토방에서 예찬의 집(동원농원 근처)까지 산길은 화장실이 없으니 참고할 것. 그 이후부터 마을까지는 다시 시멘트 길이며 간이 화장실도 네 곳이나 있다.
　☞가족이 함께하면 아주 좋은 코스다. 여름 피서지로도 권장한다. 야영장, 취사장, 팬션, 건강발걷기 코스, 어린이 놀이터, 물놀이하기 좋은 곳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황토방에서 1박을 하고 예찬의 집 근처까지만 걸어갔다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직접 걸어보니 시멘트 길은 편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편도로 걸으면 자가용을 가져갈 경우 차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게 문제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신림 가는 버스면 어느 것이든 타고 치악산 자연휴양림 앞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면 된다. 돌아올 때도 마을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