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자에 보도한 치악교~대평교 코스가 낮에 걷기 좋은 코스라면 이 코스는 저녁을 먹고 나와 산책을 겸해 걷기에 좋은 코스다. 다만 산책으로 걷기에는 다소 긴 코스여서 매주 요일을 정해 걷거나 전체 코스 중 적당한 구간을 정해 걸으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산이었던 동보9차아파트 앞길이 훤해졌다. 아직 공사 중이어서 보호벽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곳 공터에 차를 세우고 판부면에 속해있는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길가에는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가 길 끝까지 줄지어 서 있다. 지금은 앙상해 황량한 느낌이지만 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이나 낙엽이 지는 가을이면 훨씬 낭만적일 것 같다. 
　매봉마을이라고 쓴 비석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200미터 정도만 들어가면 한적한 전원주택 단지가 있다. 길이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는데 멀리 고속도로가 보이고 복숭아 과수원이 편안하게 펼쳐져 있다.
　서둘러 매봉마을을 넘고 치악고 앞을 지나갔다.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고 단아한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을 쭉 걷다보면 학교가 여섯 군데나 있다. 산과 농지 였던 곳을 택지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고 도로도 잘 정비돼 있지만, 유흥업소가 많은 것이 흠이다. 까치꽃농원을 돌아 단구동 근린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까치꽃농원 앞은 신호등이 없기 때문에 길을 건널 때 주의를 요한다. 까치꽃농원 못 미쳐 현진에버빌 아파트 앞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는 것이 보다 안전하겠다. 
　근린공원에는 저녁을 일찍 먹고 나온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인조잔디구장 트랙을 걷는 사람, 훌라후프를 하는 사람, 체조를 하는 사람…근방에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굳이 도로를 따라 긴 구간을 걷지 않아도, 집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와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기에 적당한 곳이어서 인기다. 적당한 거리에 이만한 시설을 갖춘 공원이 있다는 것은 단구동이나 반곡관설동 주민들에겐 행운이다.
　남원주초등학교 쯤 오자 어둑어둑해지면서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별들이 가로등 속으로 순간이동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남원주중학교 앞에 이르자 시(詩)비가 보였다. 이육사의 청포도 등 8편의 시였다. 평소에 잘 외우고 있는 '국화 옆에서'란 시를 낭송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 코스는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 걷는데다 행인도 많지 않아 도심코스치고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코스다. 왕복 6차선 도로를 사이로 한 쪽은 명륜동, 단구동, 관설동으로 이어지고 한 쪽은 판부면에 속해 있는데 길 하나 사이지만 걷는 느낌은 다르다. 한 쪽이 고층 아파트와 상가, 학교들이 들어서 있는 신도시라면 건너편 길은 단독주택이 많고 미개발된 땅들이 남아 있어 시골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선지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 코스는 왕복 6.0Km로 2개의 언덕을 넘고 열여덟 군데의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는데 천천히 걸으면 1시간30분 정도 걸리지만, 걷기에 몰입한다면 한 시간으로도 가능하다.
 

걷기도우미

　☞이 코스는 밤에 걸으면 더 좋아요. 밤 운동은 주 5일, 하루 45분 이상이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연구결과(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도 있지만 무리하지 않으면 건강유지에 걷기만한 운동도 없답니다.
　☞코스 주변으로 서원주·남원주·단관초등학교와 남원주·단구중학교 그리고 치악고등학교가 있는 '아카데미 코스'예요.
　☞하루에 어느 정도 걸으시나요? 통계에 따르면 주부는 2천보. 사무직은 3천보. 샐러리맨은 1만3천보. 우체부는 2만보 정도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하루 적정 보행량은 1만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