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은 추억이 있는 먹을거리다. 요즘 아이들은 모르지만 20년 전만 해도 통닭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맛있는 통닭집이 있었다. 요즘은 프랜차이즈 일색이지만 예전에는 통닭집마다 특별한 비법이 있어 집집마다 맛이 달랐다.
상지대 구 사거리에 위치한 진미양념통닭은 과거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통닭집이다. 사장 김영석 씨(50)는 1986년 이곳에 터를 잡은 후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30㎡ 규모의 아담한 가게는 20년 넘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프랜차이즈 통닭집들의 범람 속에서 20년 넘게 버틸 수 있는 맛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횡성 하림닭에 튀김옷을 입혀 300℃의 고온에 10분간 튀기면 된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이대로 하면 누구든지 맛있는 통닭을 만들 수 있다고? 맛의 첫번째 비결은 튀김옷에 있다. 10여가지 재료를 분쇄 후 진 반죽을 만들어 닭에 입히는데 재료는 비밀이란다. 두번째 비법은 옥수수기름. 콩기름에 비해 값은 비싸지만 고소하고 바삭하게 익힐 수 있다.
세번째 비법이 가장 중요한데 기름을 오랜기간 다뤄 기름과 친숙해져야만 가능하다. 김 씨는 닭이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만 듣고도 대강의 온도를 짐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적절할 때 닭을 뒤짚는다. 튀김닭에 양념을 입히면 양념통닭이 되는데 튀김닭과 양념통닭 가격은 1만3천원으로 똑같다.
김 씨는 통닭집에서 으례 하는 배달을 하지 않는다. 혼자서 닭 튀기고, 서빙하고, 청소까지 해야 하는 탓도 있지만 맛에 관한한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갓 튀겨낸 닭이 가장 맛있지만 사정상 어렵다면 와서 사가지고 가라는 배짱영업을 하고 있는 것. 그렇다보니 손님의 90% 이상이 단골이다. 진미양념통닭에 길들여져 불편을 무릅쓰고 찾는다. 상지대를 다니던 단골 대학생이 대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가 돼 찾아온 경우도 있었단다.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면 오후1시경 문을 열고 새벽2시쯤 닫는다. 특별한 날이란 등산가는 날이다. 전국의 안다녀본 산이 없을 정도로 등산 마니아다. 장애3급인 김 씨는 젊은 시절 오토바이 사고가 나 발목 인대와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정상인처럼 걷지 못한다. 그러나 산이 좋고, 등반을 시작하면 오기가 생겨 반드시 정상을 밟는다.
매주 토요일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성경책을 읽어주거나 손잡고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간다.
▷문의: 746-6896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