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보호구역 인근 도로를 점거한 건설중기차량

기획취재-건설중기 불법주차 무엇이 문제인가?

화물차, 덤프트럭 등 건설용 중기차량이 도로변이나 원주천 둔치를 무단 점거한 채 밤샘주차 하고 있어 사고위험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불법 주차하는 덤프트럭 운송 노동자 등은 중기전용차고지가 외곽지역에 있어 매번 이동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과태료 납부를 감수하고서라도 도심지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건설기계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불법주차단속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기계관리법을 적용받아 원주시 건설과에서 단속하게끔 돼 있지만 부서 특성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원주시는 건설중기 차량등록 접수 시 "건설기계는 차고지 없이도 등록이 가능하다"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등 행정주체가 오히려 위법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주차, 곳곳에 피해초래
건설용 중기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중량이 커 이들 차량이 불법 주차된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M초등학교 학부모 이모 씨는 "학교 인근 공사현장의 대형트럭들이 도로변에 주차해 아이들 등·하교 시나 방과 후 학교운동장으로 놀러 다닐 때 대형차량이 시야가 가려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며 "특히 밤에는 차량 주변이 어두컴컴해 분위기도 나쁘다"며 청소년 탈선장소로의 악용을 우려했다.
원주천 둔치에도 고정적으로 불법 주차된 건설용 차량이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차량이동이 뜸한 도로 인근 마을은 중기차량의 무법천지로 변해 주민들은 매연과 먼지 등으로 마당에 빨래도 못 넌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아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중기전용차고지 있으나 마나
건설용 중기차주들은 시내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기까지 나름대로 애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용 중기차량은 건설기계 등 특별법에 따라 대당 24㎡의 차고지나 주기장을 갖춰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개인이 아닌 지입사를 통해 차량 등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입사들은 도심지 내 부지매입의 어려움 및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외곽에 주기장을 마련, 매일 배차를 받고 움직여야 하는 중기차주들은 현실적으로 주기장을 이용하기란 어렵다는 것.
건설중기 운송업자 김모 씨는 "대개 차고지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새벽에 자가용으로 주기장까지 가서 트럭을 몰고 와 일 끝나면 다시 갖다놓기를 반복하기는 어렵다"며 "기름 값도 만만치 않아 차고지는 사실상 형식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낮은 운송비, 기름값, 주·정차 과태료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화물운송 시장의 어려움으로 들며 "이런 현실에서 차고지까지 가서 주차하는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건설용 중기차량 대부분은 사용하지도 않는 주기장 때문에 지입료를 내고 과태료 납부를 감수하고서라도 인근 도로에 주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도심지 내에 주기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대개 외곽지역에 분포해 있다"며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아예 주기장을 지방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차고지증명제 유명무실
원주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기차량 등록대수는 작년말 현재 3천576대이며 이중 영업용차량은 2천520대다.
건설기계는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불법주차단속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기계 관리법을 적용받아 원주시 건설과에서 별도로 단속토록 하고 있지만 부서 특성상 한계가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단속하지는 못하고 민원이 들어왔을 때 현장에 나가 계도한다"고 말했다.
원주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발생한 민원 및 현장계도건수는 모두 69건. 현행법상 밤샘주차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5만원이지만 시는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민원해결을 목적으로 행정지도를 펴다보니 계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가 끊이지 않는 데에는 건설기계 관련법의 허술함도 일조한다는 지적이다. 건설기계는 차량 등록 시 차고지나 주기장을 갖춰야 등록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절차 자체도 대부분 형식적이라 불법주차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원주시 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건설 차량등록 시 주기장을 갖춰야 한다는 법조항이 있음에도 "건설기계는 차고지를 갖춰야 한다는 적용은 받지 않고 있다"며 "주소지만 있으면 차고지 없이도 등록이 가능하다"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주시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용 차량 등 대형차량에 대한 차고지 증명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 주차난과 교통체증을 오히려 부채질한다는 것.
특히 일부 중기차량 등록 시 차고지 실제 존재나 이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어 제도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업용 차량은 관할 당국에 등록 시 반드시 차고지 증명을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등록 시 제출한 차고지 증명서는 허위이거나, 신고한 차고지를 이용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영업용 차량의 차고지 증명 의무조항은 형식적인 허가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H건설중기 관계자는 "관할부처에서 차량등록 시 차고지가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인이나 추후 지도 및 감시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듯 관련법 및 관할부처의 미온행정으로 건설 중기불법주차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근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법과 행정, 시민의식의 삼박자가 갖춰지지 않으면 불법주차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