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완지식 (一碗之食) 함천지인 (含天地人)'
　"밥 한 그릇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들어있다."는 뜻으로 해월 최시형 선생이 하신 말씀이다. 
　"조석으로 끼마다 상머리에 앉아 한울님의 큰 은혜에 감사하자, 하늘과 땅과 일하는 만민과 부모에게 감사하자, 이 모두가 살아가는 한 틀이요, 한 뿌리요, 한 몸이요, 한울이니라". 생명사상을 일군 장일순 선생이 하신 말씀이다.
　일산동 기독병원 정문 맞은 편에 자리한 식당 '우리 집을 못찾겠네요(이하 우리 집)'에 가면 이러한 격언이 액자에 걸려 있다. 우리 집은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최정환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일완지식 (一碗之食) 함천지인 (含天地人)'은 일산동 먹자골목에서 '천석'을 운영할 때 장일순 선생께서 직접 써 주신 것이다. 장일순 선생과 최 대표는 사제지간이다.
　89년부터 '천석'을 운영했고 99년 자리를 옮겨 우리 집을 꾸려가고 있다. "우리 집을 못찾겠네요", 얼핏 보기에는 희극적으로 식당 이름을 지은 것 같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 대표는 "6·25 전쟁으로 가족과 고향을 잃은 사람을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듣고보니 슬픔이 묻어나는 이름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집을 찾았네요."라고 이름을 바꿀 계획이라고.
　천석에서 우리 집까지 이곳을 거쳐 간 인연은 참으로 많다. 특히, 사회 변혁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들이 많다. 최 대표는 "자리는 늘 같지만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은 어른에서 청년들로, 화두는 민주화에서 지역사회 운동으로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가을걷이를 마치고 쌀을 가득 채워놓은 내 집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대들보와 서까래가 다 보이는, 어렸을 적 고향 집과 똑같다.
　차리는 음식은 보쌈과 무·콩나물 밥, 오삼불고기, 옻닭, 삼계탕, 해물파전 등인데 가장 으뜸 음식은 푸짐한 보쌈이다. 식당을 운영해 온 20여년 동안 돼지고기를 삶는 육수를 단 한 번도 전부 갈지 않고 양념만 첨가하며 이어 내려왔다니 맛은 먹어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쌀은 원주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쌀만 사용하고 채소는 국산만 사용해 왔다. 올해는 원주생협과 삼도생협, 한살림과 계약해 무농약·무공해 채소만을 사용할 계획이다. 전체 좌석 수는 50석. 밥 한 그릇에 담긴 하늘과 땅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문의 : 745-1911(우리 집을 못찾겠네요)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