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오 교수

　가야금과 비보이가 만나면 이 둘은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이들은 좋은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수 일 전 서울에서 열린 한국문화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인 이 둘의 만남은 지난 해 모 회사가 주관한 아파트 광고 기획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광고는 25명으로 구성된 가야금 오케스트라(숙명 가야금 오케스트라)가 25현으로 개량된 가야금으로 바로크 시대의 음악(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면서 렙퍼와 DJ에 맞춰 비보이가 춤을 추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광고는 짧은 시간 내에 극장과 인터넷 블로그, 케이블 T.V 등을 통해 급속도로 펴져나가면서 국내 문화계 각 분야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이면에는 가야금과 비보이라는 상호 이질적인 요소들이 제 영역을 지키면서도 잘 어울린 세련된 영상이 UCC(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국내외로 전파되어 간 것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이것이 광고 영역에 머물지 않고, 각종 연주회와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이 되어 가야금 오케스트라 성장의 핵심 동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통문화라고 하면 정부에 의한 지원만을 생각하는 우리의 풍토에서 이 가야금 오케스트라의 공연횟수가 연간 100회 이상 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공연예술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일정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그 배후에는 어떠한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을까?
　우선, 거기에는 연주자가 중심이 되어 가야금 산조와 병창, 정악 등을 재구성함으로써 전통음악을 변용하고 재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서, 우리의 전통 음악 뿐만 아니라 현대의 창작품도 변용 또는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속에는 이건용 작곡의 <한오백년>, 황병기 작곡의 <달아 노피곰> 등 본래 가야금 독주곡이거나 중주곡이었던 것을 합주단의 성격에 맞게 재구성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셋째, 서양의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을 재창조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차이코브스키 등 서구의 고전음악 작품은 물론이고, 비틀즈와 같은 대중적인 곡들을 가야금 연주곡으로 편곡 또는 작곡하여 연주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통음악의 재창조 활동은 소비자로부터 전통음악(음반)에 대한 수요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고유한 전통음악인 가야금 음악의 발상을 전환시킨 '가야금과 비보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본격적인 창조경제시대를 맞이한 원주지역사회에 대해서도 일정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향후에는 우리 지역에서도 우리의 고유한 문화 및 예술적인 자원들을 젊은이의 취향에 부합하는 대중문화와 디자인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동시에, 원주가 내걸고 있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활동과의 연계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임상오( 상지대 문화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