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문화재단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에서 발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오늘날의 도시에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그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성격을 찾아낸 다음, 그러한 것들을 꾸준히 가꾸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한 바 있다. 당일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의 딜레마라는 주제를 발표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경기도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 즉 경기도성(性)을 어떻게 하면 구축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평소 도시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강조해온 필자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세미나가 우리의 관심을 끌게 되는 대목은 "왜 경기도에는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와 같은 것이 없는 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어떤 발제자의 문제제기였다.
　지난 20년간 강원도에서 생활하면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는 당시 이야기가 그다지 나쁘게 들리지 않았을 뿐더러 강원도의 독특한 이미지가 경기도와 서울 사람들의 마음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는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지난 주말 남미에서 날아온 비보는 지난 8년간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특히, 두 차례 모두 선두를 달리던 1차 투표와는 달리, 결선 투표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된 것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최종 결과를 접한 국내외 모든 관계자들의 눈에 고이는 눈물은 두 차례에 걸친 투표 결과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에 대해서는 두 차례 모두 유럽인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 투표 막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정치가와 경제자본의 적극적인 개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 마지막으로 최근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 유치의 한국 독식에 대한 견제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되면서 벌써부터 강원도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 도로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동계 스포츠 시설에 대한 투자마저도 원래 계획한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는 차분하게 현실을 정리할 시점이다. 두 차례에 걸친 도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가를 평가해야만 한다. 현 시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제 평창, 나아가서 강원도의 무대는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더 이상 국내의 오지가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의 꿈을 펼치고자 했던 개방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정신을 갖고 있는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강원도민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의 역량을 확인한 만큼,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하면 재결집할 것인가를 찾아야만 한다. 문화예술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문화예술이 아닐까?
임상오( 상지대 문화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