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일 전 강원도 정무 부지사는 지난해 11월 강원발전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재직 시 발표한 릫지방자치단체, 고객만족행정 어떻게 할 것인가?릮라는 강발연 정책 자료에서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온갖 연구 용역을 남발하면서 지역 주민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구 용역을 의뢰받은 학자를 비롯한 컨설턴트만 만족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강원도 내 지방자치단체(강원도 및 각시ㆍ군)가 연구용역을 남발하고 있는데, 그것이 주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용역을 맡는 연구학자나 컨설턴트(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상담 용역업체)만 좋게 해 준다는 뜻이다. 좋은 일감을 제공해준 공무원과 업자와의 관계가 어떠할 것인가는 상상에 맡긴다. 이 때문에 용역을 위한 용역이란 말도 있다.
　원주시 역시 조관일 전 부지사의 지적대로 민선시장 이후 연구 및 타당성 용역이 부쩍 늘어남을 보고 필자는 원주투데이 칼럼('용역비는 눈먼 돈인가?' 2004. 12. 20)을 통해 이를 지적한 일이 있지만 그 후에도 용역은 줄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원주시의회 김동희 의원이 원주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목적도 분명치 않고 비용 산출 기준도 없이 대충 5천만원, 7천만원 하는 수많은 용역비"라고 지적한 대목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원주시가 거액의 용역비만 낭비한 사례도 있다. 원주시가 지난해 전문용역 업체에 소초면 제3단지(62만평)와 부론면 제4 산업단지(67만평)에 대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겨 타당하다는 결과를 납품받아 사업을 시행하려 했으나, 시작도 하기 전에 3단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에 인접해 사업을 전면 취소해야 했고 4단지는 남한강 수변구역과 농업진흥지역 그리고 대형 송전탑 등이 걸림돌이 돼 면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한다.
　제대로 된 용역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가 된 이유는 상수원 보호구역 등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는 사항들인데 전문 용역업체가 그런 것도 확인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용역비는 무려 1억6300만원. 결과를 놓고 보면 엉터리 용역에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누군가 책임졌다는 소식은 들은 일이 없다.
　조관일 전 부지사가 강원도 내 연구용역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왜냐하면 강발연은 도내에서 가장 많은 연구용역을 의뢰받고 있는 연구기관인데 강발연 연구원으로서 스스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지사 시절 도내 자치단체 용역의 문제점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원주시의회가 서금석 의원이 발의한 릫원주시 용역과제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 제정릮을 위해 현재 시민의 의견수렴(2007. 4. 20~5. 10)을 실시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용역예산 낭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용역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하나의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다만 심의위원 위촉권이 전적으로 시장에게만 있는 것 등 들러리 또는 면죄부만 주는 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객관적 독립성과 투명성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례 제정으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용역 근절로 예산 낭비를 줄이는데 힘써야 한다. 시의원들이 예산안을 보다 철저히 따져보고 챙겼다면 이 같은 조례가 불필요했을 것이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권영문(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