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매서운 바람에 당당히 맞섰던 앙상한 나뭇가지에 연녹의 이파리들이 송글송글 돋아난 걸 바라보니 미소가 절로 난다. 그 나무 아래 여린잎처럼 송글송글 머리가 자란 아이들이 재잘거린다. 마찬가지로 미소가 번진다. 아름답다! 이제 자라나기 시작한 저 여린잎들은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과 때로 사나운 폭풍을 맞으며 튼튼한 녹색으로 자라나겠지. 여린잎같은 우리의 청소년들도 나무처럼 그렇게 건강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소년! 꿈을 먹고 자라나는 그들, 현재를 살면서 또한 미래를 사는 그들, 우리의 청소년들은 지금 무슨 꿈을 꾸며 어떤 세상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는가에 따라 가치관에 큰변화를 가져온다는 건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걸러짐 없이 스폰지처럼 받아들이는 그들이기에 말이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요즘에는 미디어를 통해 받는 환경적 영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미디어를 빼고는 청소년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청소년 문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며 그 속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청소년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하지만 현 시대는 어떠한가? 정보문화산업 사회가 되면서 청소년들의 놀이터는 운동장이 아닌 미디어 속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인터넷, 온라인게임, 핸드폰에 이어 새로운 스타일의 각종 미디어들이 청소년을 고객으로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공간이나 정보문화산업은 10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발전하고 있는 이 사회가 경제적인 측면, 개발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보니 청소년들의 성장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유해환경에 노출돼 미디어의 주인공과 자신을 일치해 가며 캐릭터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행동들과 언어들이 마치도 자신의 것인 양 흉내 내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형성해가게 되는 현실이다. 경제적 성장, 기능적 성장만이 각광받는 이 때에 터질듯한 꿈을 안고 자신을 펼쳐야 하는 청소년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어두침침한 PC방이 아닌, 생존하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처절한 피흘림이 있는(마치 현실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상공간이 아닌, 그들의 호흡을 맘껏 들이쉬고 내쉴, 그리고 양팔을 한껏 펼치며 하늘로 뛰어오를 그럴 공간은 어디인가?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 그들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어른들이 떳떳하게 그들의 눈을 보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의 손을 잡고 우리를 쳐다보며 나도 빨리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선망하는 세상이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를 펼치며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작게는 그런 공간을, 크게는 그런 세상을 선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자신의 꿈을 안고 벅찬 가슴으로 소리치며 노래할 수 있는 밝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강원도에, 원주에, 그런 청소년들의 터전이 있으면 좋겠다. 잎이 햇살에 비쳐 반짝인다. 눈이 부시다.
강미선(강원도청소년화동진흥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