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살림규모는 연간 6천억 규모다. 10년 사이 3배정도 살림이 늘어났고 이 추세라면 향후 4년 이내에 연 1조에 이르는 규모 있는 살림이 될 것이다. 시민의 납세로 이루어진 시예산은 그동안 성역으로 분류되어 왔다.
　시장과 예산담당 공무원들이 예산계획을 세우고, 시의회가 심사하는 과정을 거치면 예산은 집행된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이자 수요자인 시민들은 예산관련 정보나 주요시정에 대해 알기 쉽게 접근하거나, 의견을 제출 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그동안 우리단체는 행정정보공개요구, 시민제보 및 민원, 현장조사, 언론보도를 통해 낭비성 예산에 대한 시정 감독 및 비판에 나서왔다.
　시민참여예산제도는 성역에 머물러있던 예산운영과정에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시민의견을 절차적으로 수렴하는 제도이다. 지방자치법 118조에 따라 예산편성권이 주어져 있는 집행부는 이제 본 제도가 도입되면 예산편성에 시민의견을 의무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따라서 본 제도가 성공하려면 집행부, 즉 시장과 공무원들의 의지, 교육정도, 행정적 준비정도, 마인드 변화가 있어야 하며, 시의회의 이해도 중요하다. 시의회의 기능과 중복되거나 공무원들의 역할이 있는데도 굳이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시민들을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 권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반발과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광주북구청을 비롯 최근 몇 년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하고 있는 선진 지자체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입법 준비기간이 최소한 1년 반에서 3년까지 공론화된 과정을 거쳤다. 즉 공직사회내부교육, 주민설명회, 토론회, 시민여론조사, 타 자치단체 운영사례분석, 유사사례시범운영, 공청회 등을 각각 거쳐 입법화, 제도화 된 과정과 경험을 갖고 있다.
　원주시도 전면적인 도입에 앞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주민참여 활성화를 유도하려면 현재의 법 테두리 내에서도 당연한 일부터 해야 한다.
　원주시 예산을 세부예산까지 포함하여 인터넷을 통해 상세하게 공개하고, 예산서를 알기 쉽게 제작하여 공개 배포하고, 실ㆍ과ㆍ소 사업계획 수립 시, 사업 평가   (전문가, 시민단체, 시의회평가)를 반영하고,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고, 시민들에게 알려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직사회 내부의 행정적 준비만큼 중요한 것은 주민들에게 다양하게 홍보하여 이 제도를 통해 시민을 위한 행정을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하고, 시민단체는 이 제도가 풀뿌리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 갑론을박을 일으킨 사건은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제도와 법을 만드는 절차가 민주화된 사회에선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일깨워 주고 있다. 
이선경(원주시민연대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