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이의 잘못된 행동이 온 세상을 경악과 슬픔으로 몰고 간 한 주였다. 이유도 없이, 잘못도 없이, 자신의 소중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희생자들,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계곡으로 이유도 모른 채 떠밀려 떨어진 불귀의 혼들의 명복을 빌며 희생자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미국의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발생한 대량살인사건. 삽시간에 3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의 범행 동기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아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살인범이 재미교포 학생이라는 점이 우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대량살인자들은 대부분 자살하거나 경찰에 의해 사살당하는 특징을 보이며 범죄심리학자 마이클 스톤은 대량 살상범의 95%가 남자고 외톨이, 소외감을 강하게 느끼며 외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의 세계는 분노가 끓어 넘치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 역시 이와 같은 공통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다인종 이민국가의 이질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돼 정체성 혼란에 빠졌을, 스스로 감내키 어려운 삶을 살고 있던 재미교포 대학생은 한순간 자제력을 잃고 그 분노를 이번 사건으로 폭발시켰던 것 같다. 범행 동기가 무엇이었던 간에,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살인죄이며 그 죄 몫은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총과 총알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도록 총기소유를 합법화한 미국의 사회안전망의 모순이 이번 사건의 피해규모를 증폭시켰다.
　미국의 수정헌법 2조에서는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해 총기 소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것은 총기 소유를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간주하고 있으며 서부개척시대의 총잡이 인식이 현재까지 지속돼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정이나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가 2억5천만 정이라고 하니 미국인 한 명당 하나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꼴이 된다.  
　개인의 총기소유사상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던 시절 광활한 땅을 개척하던 개척시대에 자신과 가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명천지 현재까지도 개인의 총기소유를 법적으로 용인하고 있으며 불법총기류의 합리적 관리제도가 만들어지지 못한 것 또한 미국사회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미국에서의 총기범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태평양을 건넜으며 자식의 미래를 위해 한 몸을 희생시켜 오던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 꿈은 산산조각났으며 당사자 가족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가족 간 대화의 중요성을 더욱더 인식하게 된다.
　급격한 사회적 변화의 물결에 세대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현실 앞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것이다. 범인 조승희가 만들었다는 성명서와 사진에서 젊은이들의 편협한 사고와 사회 전반에 대한 저주의 정도, 생명 경시 의식, 잘못된 소영웅 의식을 접하게 된다. 우리는 자식과 부모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행복한 가정 만들기의 근본인 가족에 대한 관심과 솔직한 사랑의 대화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하겠다.
임상철(상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