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화상경마장 문제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시민의 양심과 정의가 승리한 것이다.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릫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릮라는 책을 통해 한사람의 개인은 양심과 도덕을 지키려고 하지만 많은 경우 집단과 사회, 정치는 개인에게 비도덕적 삶을 강제한다고 지적하였다. 때문에 사람들은 개인적 양심과 사회의 비도덕적 요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니버에 의하면 집단이나 사회, 정치의 비도덕적이고 폭력적 경향을 치유하는 것은 끝까지 양심과 정의를 실천하는 개인들이다. 애써 마하트마 간디의 일생을 건 실천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화상경마장 반대운동도 이익에 눈이 먼 국가권력에 대항하여 양심과 정의를 지키려는 한사람 한사람의 시민들이 일구어낸 것이었다.
　나는 이번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을 통해서 우리 자신과 사회의 건강성을 지켜내기 위하여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회의 공공성과 정의를 수호해야할 국가권력은 오히려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거짓된 논리로 시민들을 현혹하였다. 때로는 권력적 강제로 짓누르고 때로는 달콤한 당근으로 분열을 조장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공문서를 위조하는 차마 웃지못할 일까지 저지르곤 하였다. 나는 그러한 국가권력의 위압과 감언이설에 흔들림없이 오직 양심과 정의에 기초하여 실천해주신 시민들에게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여러분들의 깨어있는 양심과 그에 따른 실천이 없었다면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은 실패하였을 것이다.
　화상경마장은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화상경마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문서 위조 등 국가권력이 보여준 비도덕적 행동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는 것이다. 농림부와 마사회는 아주 형식적인 태도로 시민들에게 사과표시를 하더니 이내 관련 사무관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하였다. 사실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는가. 다만 안타까운 것은 사회정의를 수호해야 할 국가권력과 고위관료들의 자세이다. 때로는 잘못된 정책을 입안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정책이 잘못임을 깨달았을 때에는 책임있는 자세로 반성하고 적극 개선하는 태도를 보여야하는 것이 정책입안자들의 기본자세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서야 어찌 한 국가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며 올바른 정치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의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자세로 포용을 이야기하는 시민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가.
　답답한 마음이 남아있지만 이제 화상경마장 문제는 여기서 정리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권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우리 시민들이 해야할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가 기업도시 내에 골프장 건립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인근에는 20년간 유기농업을 하면서 농촌을 지켜온 농민들이 살고 있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골프장 만드는데 자신들의 오랜 삶터를 빼앗겨야 한다. 옳지 않은 일이다. 이제 다시 한 번 옳지 않다고 말하자. 그것이 곧 우리의 자립과 자존, 생활을 지켜내는 일이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양심을 지켜나가는 가장 소중한 실천이다.
최정환(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