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가 밥 먹여주냐'라는 말이 있었다. 그때의 민주화는 밥 이상의 가치였다. 그리고 밥 먹고 사는 것만이 지고지존의 가치가 아니라는 의미도 그 말 속에는 담겨져 있다. 그래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더라도 나름대로 보람과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민주화의 결과 밥 먹고 사는 것이 더더욱 힘들고 어려워졌다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당시 민주화운동하는 사람에게 민주화는 정치적 민주화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삶 모든 것의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은 형식적 절차 진전의 의미지 내용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국민의 삶을 중심에 놓고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그런데 아직은 논쟁이 국가적 담론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의 위상과 역할은 축소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지방의회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진전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화는 주민의 참여와 주민권력이 실현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투표에 의해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고 있지만 정책과 능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보완돼야 할 문제가 더 많다. 특히 지역주민의 의견과 욕구가 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주민서비스지원정책은 때 늦은 감이 있지만 필요한 정책이다. 국민소득이 2만불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욕구와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주민의 사회복지, 보건의료, 평생교육, 주거안정, 고용정책, 문화적 생활, 생활체육을 통한 건강관리, 여가관광의 문제는 더 이상 늦추어질 수 없는 생활서비스다. 국가가 지원하든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든 그 대상은 주민이다. 주민이 보다 편안하고 편리하게 서비스에 접근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은 공공정책의 핵심이다. 이 문제를 주민과 협의해 내용을 갖춰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은 지역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창의적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
　모든 조건을 갖추고 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원망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탁상행정은 가리키는 달을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가지고 시시비비하는 것이다. 고민하지 않고 환경을 탓하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이 지역주민의 정주와 이주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방행정하시는 분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력에서는 11위이지만, 2006년 7월 영국의 신경제학 재단룒NEF룓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178개국 중 102위다. 중국(82위)과 일본(90위) 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에 대해서 분노해야 한다.
　집안에 치매, 중풍과 같은 질병에 걸린 환자가 있으면 간병 수발 부담으로 가족은 극심한 경제적 고통과 형제간 불화 때로는 이혼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영유아의 50% 이상이 보육서비스에서 소외돼 있으며 특히 취약계층 아동은 대부분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직장인은 퇴근 후의 문화적 혜택을 별로 못 누린다. 이런 문제에 답할 수 있을 때 '민주화가 밥 먹여준다'는 생각을 국민과 주민은 갖게 될 것이다. 민주화의 내용이 채워져 가는 것이다.
김기봉 행정자치부 주민서비스혁신추진단 민간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