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지역이 변화의 와중에 있다 보니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 아파트 거주인구가 절반을 넘은지 오래고 아파트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이 경향은 가속화되고 있다. 도로 건설, 자동차 증가, 유흥업소 및 식당, 대형 유통업체, 학교 등 일상생활을 둘러싼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원주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문화도시, 생태도시, 생명도시 등 주로 도시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되었다. 우리 삶의 변화 문제는 다소 소홀했던 느낌이 든다.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 동네 수퍼마켓이나 식당이 불친절하다는 주변 이야기로 실마리를 풀어 보자. 물론 서울 등 대도시와 비교한 상대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서비스가 유난히 좋은 업소들이 가끔씩 눈에 띄고 그 수도 늘고 있다. 조금 자세히 보면 대체로 외지 사람이 운영하는 업체거나 대형 매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답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토박이 주인의 경우 손님들을 잘 알고 있어 릫손님릮으로서 보다는 평소의 인간관계로 대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자리매김하는 게 아니라, 학교나 동네 선후배로 자리매김하고 손님도 의당 그렇게 생각하고 의리에 얽매여 그 업소를 찾아간다. 그 반면 외지인의 경우 서비스 제공자 대 손님으로 대면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상대방은 그것을 기대한다.
　대체로 50만 정도의 인구가 되면 소위 릫익명성이 보장릮되는 대도시적 특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웃을 모르는 아파트 거주가 이를 더욱 부추긴다. 사람과 사람이 전체적으로 대면,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극히 일부분 하나의 측면으로만 접촉하고 지나치고 말게 된다. 평생을 선후배, 장유유서의 인간관계 아래 살아가던, 서로를 너무나 잘 알던 작은 공동체의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는 후배, 저기서는 손님, 또 다른 곳에서는 내가 손님이 되고 그리고 날마다 만나는 사람이 고정돼 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짧은 시간 접촉하는 그러한 사회적 특성이 나타난다.
　이렇게 여러 개의 신분이나 정체성을 가지고 상황에 맞게 무대의 배우처럼 역할과 가면을 바꿔가며 행동하다 보니 인간관계 전반이 변화되지 않을 수 없다.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현실화될 때 이런 정체성의 갈등과 충돌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변화 자체는 불가피한 것이니 개인 차원에서 나날이 바쁘게 자신의 역할들을 수행하기에도 버겁기만 하다. 인정과 의리가 사라지는 메마른 사회로 바뀌는 것인가? 아니면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회가 되는 것인가? 릫지역공동체로서의 원주릮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원주라는 지역공간의 물질적 변화 전반과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조정할 곳은 어디일까? 우리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런 곳이 있기나 하는 것일까?
신병식(상지대 유통벤처경영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