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ㆍ군 통합을 기념해 1995년 1월 시청에서 열린 '원주시청' 명판 제막식 장면.

1995년 1월 1일 원주시와 원주군이 통합됐다. 통합 전 원주시는 원주군의 중앙에 위치해 있었으며 군지역이 시지역에 의존하는 정도가 비교적 강했다.
　통합하며 도ㆍ농 복합도시로 출범한 원주시는 현재 사통팔달의 물류ㆍ유통 중심지로 성장했고, 도내에서 제조업이 가장 활기를 띠며 도시성장 잠재력이 높은 도시가 됐다.
　아울러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로 모두 선정됐고, 의료기기산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과 경제가 활성화돼 가고 있는 성장거점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13년째를 맞는 지금까지도 통합 전 원주군에 거주하는 주민은 통합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하지 않았더라면 원주군 예산이 농촌발전에 쓰였을 테지만 통합하면서 도시발전에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며 변방의 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균형발전ㆍ투자공평성 부정적 의견
민원서비스 만족도는 통합후 개선

게다가 정부에서도 시ㆍ군을 통합할 경우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발전을 위해 5년간 특별교부세를 지원한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불만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통합 첫해인 1995년 지원금 10억원과 기채 10억원 등 20억원을 통합균형사업비로 지원했을 뿐 이후 4년간은 지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주민은 시ㆍ군 통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상지대 행정학부 박기관 교수가 쓴 릫도ㆍ농 통합의 성과평가에 관한 연구-원주시ㆍ군의 통합을 중심으로릮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 논문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지방행정연구」 2006년 9월호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도ㆍ농 통합의 목표가 어느정도 달성되고 있고, 그 운영성과가 어느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를 분석ㆍ평가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논문 작성을 위해 작년 2월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원주시민 293명이 설문에 응했다.
　
　▷농촌주민 도ㆍ농 통합에 부정적
　통합이후 도시와 농촌간 균형발전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농촌에 사는 주민은 통합 효과가 없었다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농촌지역 주민은 지역균형발전에 효과가 있었다는 긍정적 응답이 7.9%에 불과했던 반면 부정적 응답은 59.8%로 월등히 많았다. 이에 반해 도시지역 주민은 긍정적 응답이 37.7%로 부정적 응답(33.1%)을 상회했다. (표1 참조)
　도시와 농촌간 투자의 공평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도ㆍ농 주민들이 한결같이 불공평하다고 응답했다.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8.4%에 불과했고, 불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부정적 응답이 39.9%를 기록했다. (표2 참조)
　도ㆍ농간 균형발전과 투자의 공평성에 대한 주민의 평가가 낮은 가운데 특히 농촌 주민의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난 것은 통합으로 도ㆍ농간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한편으론 통합 이후 농촌지역에 대한 행ㆍ재정적 지원이 부족했거나 지역개발과정에서 도시중심의 개발정책이 실시되면서 농촌지역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행정기관 민원서비스 만족도 개선
　행정기관의 민원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통합 이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기관에 대한 접근성, 행정정보의 공개, 주민의 시정참여, 공무원의 친절성, 민원 처리속도 등을 질문한 결과 통합 후 개선됐다는 긍정적 응답이 부정적 응답에 비해 우세했다. (표3∼8 참조)
　그런데 이 조사에서도 농촌 주민은 도시 주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에 인색했다. 농촌 주민은 통합 전후를 비교할 때 민원서비스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전 항목에 걸쳐 50% 이상으로 조사됐다. 행정기관에 대한 접근성은 73.3%, 공무원의 친절성은 66.7%, 민원 처리속도는 65.7%의 농촌 주민이 통합 전에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민원서비스의 향상속도가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교통ㆍ교육ㆍ상하수도 여건 개선
　도ㆍ농 통합을 통해서 삶의 질은 향상됐을까? 이에 대한 주민의 견해는 긍정적이었다.
　교통ㆍ교육ㆍ상하수도 여건이 개선됐다는 응답이 악화됐다는 응답을 훨씬 능가했다. 또한 이 부문에 있어서만큼은 도시와 농촌 주민간 견해 차이가 없었다. (표9∼11 참조)
　통합 전 군청이 시지역(현 강원감영)에 위치한 관계로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인한 불편 및 군지역에서의 통학ㆍ통근, 시지역의 공공시설 이용에 불편이 따랐으나 통합으로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혐오시설 입지에 관해서는 도시에 비해 농촌 주민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도시 주민은 혐오시설 입지를 허용한다는 응답이 49.3%, 보상이 따르면 허용한다는 응답이 18.2%, 절대반대가 20.1%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농촌지역은 54.9%가 혐오시설은 절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표12 참조)
　통합 당시 도시지역의 혐오시설이 농촌지역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대로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도 원주시추모공원,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변전소 등이 농촌 또는 도심외곽에 입지했거나 입지가 검토중이다.
　▷행정비용절감 효과적
　시ㆍ군 통합의 성과 중 하나인 행정비용 절감에 관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공무원 정원은 통합 전인 1994년 1천392명(원주시 831명, 원주군 561명)에서 1995년 1천401명으로 0.6% 증가했고, 이후 1997년 1천405명을 정점으로 2001년까지 매년 감소하다 2002년부터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공무원 정원은 연평균 1.08% 감소한 반면 인구는 같은 기간 연평균 2.15% 증가했다. 공무원 1인당 주민수도 1994년 166명에서 2004년 227명으로 증가해 공무원 정원의 감소 폭은 시ㆍ군 통합의 성과로 여겨진다. 공무원 인건비도 1994년 208억2천400만원에서 2004년 397억400만원으로 연평균 6.67% 증가했으나 연도별 세출결산액 인건비 비중은 16.7%에서 13.2%로 감소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도ㆍ농 상생 도시계획 수립해야
　통합 이후 농촌지역 주민들의 만족도가 도시지역에 비해 낮은데 대해 박 교수는 "인구의 도시지역 집중화에 따른 농촌의 공동화현상과 도시 위주의 개발로 인한 농촌의 상대적인 소외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의 상호보완적 연계개발을 통한 도시와 농촌의 상생과 동반적 발전이 가능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에 집중돼 있는 문화ㆍ체육시설을 농촌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행정구역의 통합이 단순한 지방정부 단위의 통합이 아닌 실질적인 내용이 통합돼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