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가 문제다. 농림부와 대한마사회의 화상경마장 문제를 벗어나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토지공사가 원주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토지공사가 서남부권 노른자위 남원주역 역세권 개발을 자신이 맡겠다고 원주시에 강력히 요구하며, 원주의 개발이익을 독점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주시의 입장에서는 1군지사 이전과 관련 토지공사와 '지역종합개발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토지공사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절할 수만은 없는 것으로 추측된다(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참에 원주시는 지난 2004년에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포기한 '도시공사 설립안'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토지공사란 어떤 단체인가? 지난 수십년간 전국의 택지개발을 주도해 엄청난 개발이익을 내고 공룡처럼 성장한 조직이다. 날개를 달아준 것이 1980년 전두환 국보위에서 초법적으로 제정한 택지개발촉진법이다.
　이 법에 의해 임야, 전답을 주민 의견과 관계없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서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택지로 둔갑시켜 엄청난 개발이익을 올려 왔다. 명분은 주택공급이다. 공룡처럼 성장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더더욱 택지개발에 열을 올려야 했다. 그러자니 그 지역 주민의 이익은 뒷전이다. 이상의 내용은 60ㆍ70년대 서울이 급팽창할 때 서울시 도시계획에 깊숙이 관여한 손정목의 이야기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인 홍성태 상지대교수는 개발공사가 과거 개발독재의 전위대로서 민주화가 된 오늘날까지 '반민주성', 환경을 파괴하는 '반생태성', 주민 이익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반경제성'을 자신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원주시만 해도 구곡지구, 단관지구, 무실2지구의 택지개발을 토지공사가 담당해 엄청난 개발이익을 남겼다. 이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원주지역의 노른자위 개발까지 독차지하려 하고 있다.
　원주시에서는 도시공사를 설립하려 하는데 이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도시공사 설립과정을 보자면 원주시는 수백억에 달하는 예산을 출자하고 적자 시 재출자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도시공사의 이익금은 원주시 재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단지 출자에 대한 배당금만 받을 뿐.
　또 도시공사 역시 토지공사와 마찬가지로 택지개발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조직이 유지된다. 적자를 보면 시 예산을 또 쏟아야 한다.
　사장 임명, 직원 채용을 둘러싼 시와 시의회 간 마찰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이다. 멀리 갈 것 없이 강원도개발공사의 경우 비효율성과 적자에 시달려 2003년 도의회에서 존폐 위기까지 갔다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지공사가 원주의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다시 한번 나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시공사 설립은 여우 피하려다 범을 만나는 격이다. 제2의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이 있어야 한다.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은 시민과 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지역 현안을 해결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지방자치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자치단체에 깨닫게 해준 훌륭한 본보기였다.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공룡처럼 거대한 토지공사의 압력을 이겨내기 힘들다. 다시 한번 자치단체와 시민 간의 협치(協治)가 요구되는 때이다.
신병식(상지영서대 행정과 교수)